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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스 Sep 17. 2023

나의 공황장애 -5. 트리거의 실마리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 이야기

방심



공황장애를 앓고부터 약물치료 외에 다른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천하지는 못했다. 인지행동 치료를 받으려고 하니 어디서 해주는 지도 찾기 힘들고 내가 특정 상황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불안을 겪을 때 전환요법으로 해야 하는 행동들이나 생각들은 어느 정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줄어드는 공황발작의 빈도와 낮아지는 강도로 공황발작이라는 상황이 무섭지 않았다. 증상도 심하지 않으니까 원인을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았고 증상이 다시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방심한 나로부터 큰 코를 다치게 되었다. 약물 감량으로 인해 나는 다시 증상이 크게 악화되었고 이전과는 다른 패턴이 되자 나는 당황하게 되었다. 아마 알 수 없는 원인이 곪다 못해 다르게 표현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증상은 더 심해져서 불안에 시달릴 때는 자살사고도 하게 되었다. 증상이 끝나고 나면 자살을 생각했다는 것에 당황스러웠다. 불안에 시달릴 때는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것이 떠오르게 되고 죽어야 끝이난 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 스스로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시도도 하려 하였다. 다행히도 그때마다 불안이 끝나면 이런 생각을 한 내가 어이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시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공포의 불안을 견디고 견디다가 필요할 때 복용하려던 수면제를 먹고는 잠이 들어야 끝났다.


그렇게 몇 차례 불안을 견디며 살다가 문득 약물치료를 해서는 나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야겠다”


심리상담



다시 상담을 받아보려 하였다. 대학생 시절 대학교에 있는 무료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고 회기가 지날 때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늘 걱정하며 상담자리에 나갔다. 그렇게 몇 차례 하다가 중단한 기억이 있어 상담은 생각하지 않았다.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상담을 받는 것이 망설여졌다. 상담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상담을 받으러 가서 아무 소득도 보지 못하고 끝나면 어떻게 할지 걱정스러웠다. 그렇게 찾다가 망설이기를 반복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본가 쪽에 심리검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하는 가게를 발견하였다. 병원에서는 비싸게 받는 검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동일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방문하여 성격에 관한 검사를 진행하였다. 검사를 고르고 신청하면 검사지를 주신다. 그렇게 한쪽에서 검사지를 다 작성하게 되면 전문심리상담가인 사장님이 검사에 대한 해석을 해주셨다. 나는 생각보다 강점이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회복 탄력성이 꽤 높았다. 의외의 결과였다. 공황장애가 왜 나타났는지 더더욱 알 수가 없었다.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가게에서 심리상담도 진행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담이라는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상담을 진행하신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나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평소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부 드러내지 않았고 나의 상황을 알고 있다 해도 일부분만 드러내고 전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담당해 주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에게도 나의 이야기는 전부 얘기한 적이 없다. 그런데 사장님에게는 나의 이야기를 편하게 일부 드러냈다. 뭔가 신뢰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상담이라는 것에 목말라 있던 나는 사장님의 설명에 바로 상담을 예약했다.


상담을 예약한 날 전반적인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우선 5회기를 진행하자고 하신 걸로 기억난다. 정해진 요일 없이 내가 상담을 원하는 때가 되면 알아서 상담을 예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3회기째 나는 나의 트리거로 추정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참고로 상담은 원래 주기적인 날에 시행되며 회기가 길게 진행된다. 상담을 해주시던 사장님께서는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가 잘 견뎌내고 내 속의 나를 잘 꺼내서 더 쏘아붙이셨다고 하셨다. 원래 이렇게 쏘아붙이면서 빠르게 진행하게 되면 내담자가 견뎌내지도 못할뿐더러 트리거를 발견하지도 못한다고 했다. 아마 내가 그동안 정신과에 재직했기 때문에 더 빠르게 날 발견한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3회기 날의 상담이 끝났고 사장님께서는 무의식의 나를 빠르게 건드려서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조심하라고도 하시며 숙제를 주셨다. 나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숙제였다. 숙제를 편안하게 하게 될 때쯤 상담을 다시 예약해서 진행하자고 하셨고 나는 그 숙제를 할 수 없었다. 나에게 하는 그 위로의 말이 너무 두려웠다. 그렇게 나는 숙제를 시도하지 못해서 더 이상 상담을 예약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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