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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스 Sep 16. 2023

나의 동반자 공황장애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 이야기


나는 간호사다.

남들과 조금 다른 게 있다면 공황장애를 앓고 있으며 정신과에 재직 중인 간호사이다.

직업이 간호사이며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것 외에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누군가와 다를 게 없다.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지금도 나는 공황장애를 완치하지는 못했다.

아니, 어쩌면 평생 완치라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앓고 있는 나의 공황장애는 완치를 위해 달려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나의 공황장애는 나의 삶의 동반자라는 것을…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공황장애와 헤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동반자라는 단어가 달갑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공황이라는 친구와 헤어지고 싶어서 발악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기에 달가운 단어는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공황장애 공통루트



공황장애를 앓게 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겪는 루트가 있다.

처음 공황발작이라는 것을 겪게 되면 심각한 병이 생긴 줄 알고 응급실도 가보고 심장내과도 가보고 여러 가지 검사를 한다.

그러다 마지막엔 누군가에게 정신과를 권유받고 두렵고 낯선 정신과라는 곳에 다다르게 된다.

처음 방문한 정신과에서 각종 검사와 면담, 그리고 진료를 끝에 공황장애라는 진단이 내려지게 되고


‘왜? 나에게? 이런 병이?’

라는 생각이 들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공황장애는 티비에서 나오는 연예인들이 주로 걸리는 병이고 왜 그런 병이 나에게 생기는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이병이 생겼는지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진단받고 빠르게 약물치료와 다양한 인지행동치료, 상담을 병행하면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지 않고 좋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신과라는 오해와 편견으로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게 병을 키우고 키우다 마지막에 다다르는 경우도 많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것 같던 일상이 달라지고, 찾아오는 이유를 알 수 없이 불쑥불쑥 예고없는 공황발작은 불쾌감이라는 것을 넘어 공포감, 두려움을 들게 한다. 그렇게 그동안 잔잔했던 일상에 큰 파도가 뒤엎게 된다.

평생 벗어날 수 없는 공황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 이제는 우울감이라는 친구도 찾아와 동시에 괴롭히게 된다.


이러한 루트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손을 내어주지는 못할 망정 동반자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완치가 되어도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신과에서 말하는 완치는 일반 질환의 완치와는 다른 개념이다. ‘병이 완전히 낫는다’라는 개념이 아니고 이제 내 삶에 동반자가 되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는 개념이 된다.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지금



나는 지금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

공황발작도 많이 줄어들고 약도 감량해 가며 스스로 조절하는 단계이다.

사람들에게 공황장애와 헤어지는 법을 말하고 싶어서 글을 시작하게 된 것이 아니다.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공황장애로 생활이 뒤바뀌게 되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의 공황장애를 들려주며 그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고 어쩌면 그들에게 변화라는 것이 찾아올 수 있는 새로운 전환 타이밍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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