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 이야기
나는 간호사다.
정신과 병동에서 일한다.
그리고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이 말이 누군가에겐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정신과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공황장애라니.
하지만 병이라는 건 직업을 가리지 않는다.
나는 그냥,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한 사람일 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완치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완치’라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조금씩 공황과 멀어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병은 내 삶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공황장애는 어느새 내 옆에 자리 잡았다.
마치 오래된 그림자처럼.
‘동반자’라는 말이 거슬릴 수 있다.
나도 그랬다. 어떻게든 떼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도망칠수록, 그것은 더 깊이 스며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인정하게 되었다.
이제는 이 친구를 데리고 살아야겠구나.
억지로 떼어내기보다는, 나란히 걷는 방법을 배워야겠다고.
나는 이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다.
처음엔 몸에 이상이 온다.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하고, 숨이 가빠온다.
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죽음이 바로 앞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공포는 머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밀려든다.
단 하나의 생각. 살아야 한다. 그 생각 하나에 붙들려 응급실로 달려간다.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MRI, CT....
모든 결과는 “이상이 없습니다”로 통한다.
몸은 고장 났는데, 모든 검사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차례 병원 순례를 하게 되고
어느 날 누군가 정신과를 권한다.
처음 문을 열던 날을 기억한다.
이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낯설고 두렵다.
검사와 면담 끝에 내려지는 진단.
공황장애
“왜? 하필 나한테?”
TV 속 연예인들이 겪는 병.
그게 왜 내게 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인도, 계기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어느 날 불쑥 시작되었다.
운이 좋으면 빠르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약물, 상담, 인지치료.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신과라는 말 앞에서 망설이고, 미루고, 외면한다.
그 사이 병은 빠른 속도로 자란다.
일상은 조금씩 무너져가고
예고 없이 발작이 찾아온다.
불쾌감을 넘어서는 공포, 두려움.
잔잔하던 삶에 큰 파도가 밀려온다.
평생 벗어날 수 없다는 체념이 몸을 감쌀 때쯤,
반갑지 않은 우울이라는 손님이 문을 두드린다.
공황과 공존은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싸워 이겨야 할 대상 아닌가.
공황은 싸워서 이겨내는 병이 아니다.
완치가 없기 때문이다.
정신과에서 말하는 ‘완치’는 병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이제는 내가 이 병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
그러니, 그 순간을 어떻게 견디고 살아내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우리는, 이 병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병을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라고 부르기로 했다.
모른 척하지도, 지우려 하지도 말고.
그저, 옆에 둔 채로.
나는 지금 공황장애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발작은 줄었고, 약도 줄였다.
조금씩 조절하며 걷는 중이다.
이 글은 이 병을 이겨내는 법을 말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공존의 이야기다.
삶이 무너진 누군가에게,
내가 먼저 무너져본 사람으로서 건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혹은, 아주 조용한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