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예쁜 꽃도 좋지만
이 곳엔 아무도 없다.
나만이 나를 인식하고, 나만이 나의 소리를 듣는 시간.
그 속에서, 아무도 오지 않는 숲 가장 안쪽.
그늘진 돌 틈 사이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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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언제나 참 예쁜 듯 하다.
화창한 봄날, 꽃을 보면 괜스레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난 표현을 진짜 잘 못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 예쁘다~" 라는 말도 때로는 절로 나오기도 한다.
모든 꽃은 다 예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더 화사하고, 반짝이는 꽃들이 있다.
그 꽃은,
햇살과 어우러져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전하고,
기분 좋은 생기를 건네주기도 한다.
꽃을 보러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힘을 다해 더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사진으로도, 또 마음으로도 간직해 갈 수 있도록 해준다.
누군가는 부모님을, 누군가는 연인을
또 누군가는 헤어진 어떤 이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렇듯 꽃은, 큰 힘을 지닌 존재가 아닐까.
그리고
꽃을 보러 일부러 찾아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그저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본 꽃이라 해도,
그 순간 작은 위로를 받기도 할 것이다.
지금은 비록 출근을 하러 가고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 저 꽃을 제대로,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보러 가야지’ 하며
오늘 하루도 또 나아갈 힘을 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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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득,
꽃이 피는 과정까지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고,
사람이나 동물, 곤충에게 밟히기도 하고, 잎사귀가 찢겨지기도 하면서
꽃은 그렇게 그렇게 시련을 견디며 자란다.
그리고 아마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살아내는 것 만으로도 버거운 세상 속에서
꽃의 시련까지 깊이 떠올리며 바라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듯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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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꽃만 그런 게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그 아름다움 뒤에 감추어진 아무도 보지 못한 시간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
예를 들면 누군가의 무대 위에서의 찬란한 순간도 그렇지 않을까.
그 사람도 어쩌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꺾이고 찢기고 흔들렸을지.
과연 그 무대 위의 아름다움보다 더 빛나는,
어떤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시간들을 숨기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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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열심히 직장에 다니고,
어떤 이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사업가가 되기 위해 직접 부딪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몸 쓰는 일들도 마다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굳세게 살아나아간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하고 노력한다.
직접 훈련하는 시간 외에도,
더 좋은 기량을 갖추기 위해서 연구하고 공부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실들은 쉽게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결실은 피어난다.
끝없이 반복되는 연습과 인내의 끝에서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 성장이 일어난다.
그런 과정을 온전히 겪고,
깨달음에 이른 누군가는
자신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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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이라는 무대에서 그는
공을 지키고, 전진하고, 연결하고, 마무리도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수록 여유가 생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던 숱한 시간들이,
수없이 흘렸던 땀과 인고의 시간들이
상대와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상대는 조급해지고,
그는 차분하게 경기를 이끈다.
그렇게 그는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가 된다.
그렇게 그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동기를 주는 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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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은,
그 꽃의 ‘아름다움’ 만을 기억한다.
그 뒤에 어떤 시간들이 있었는지,
어떤 상처와 고독이 있었는지는
잊혀지거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날,
그 꽃이 시들었을 때,
사람들은 외면한다.
아니, 외면하려 한 건 아니지만,
그저,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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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활짝 핀 예쁜 꽃을 보며 누구보다 눈에 담고 싶다.
누구보다 마음에 담고, 누구보다 그 싱그러운 향을 들이켜고 싶다.
하지만 나는, 시든 꽃들을 더 마음에 담고 싶다.
온 기운을 다해 그 꽃을 더 사랑하고, 더 기억하고 싶다.
그래야 누구든
‘나도 꽃이 되어 피어보고 싶다’고
망설임 없이, 두려움 없이
최고의 순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외면당할 때의 두려움 같은 아무 쓰잘데기도 없는 순간을 생각하며
기운을 빼앗기지 않고 오직 최고의 순간만을 향해서 나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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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밖에는 꽃이 있다
예쁜 꽃이나, 보러 가야겠다
<시든 꽃을 더 오래 바라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