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by 한서

“왜 그런 유튜브를 하세요?”


잠깐의 정적 사이 틈에 맹유별이 질문을 하나 끼워 넣었다. 정면을 보고 누워있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목소리 자체로는 건조했다.


“…먹고 살려고요.”
“비겁하네요.”
“이렇게라도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모르잖아요.”
“아까 그 말 돌려드릴게요. 그거 핑계잖아요.”
“핑….”
“그렇게 살아서 좋은 거 아니잖아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난 당신의 삶을 몰라요. 그러니까 이렇게 가볍게 말하는 걸 수도 있지.”
“알면 좀….”
“근데 내 이야기 팔아서 먹고사는 거면 내가 이 정돈 말할 수 있지 않나?”


맹유별과 대화를 나누면, 꼭 말려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 의지와 의도와는 관계없이, 속절없이.


“…….”
“이용하라며.”

한숨을 푹 쉬고 양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해도 맹유별의 앞에서는 변명이 돼버렸다. 자기 연민의 끝은 자기기만이어서, 여태 모른 척 덮어뒀던 것이 끄집혀 나오는 것 같았다.


“그 기사. 최웅이 심장을 기증했다는 뉴스. 엠바고 걸려있었던 건 알죠.”


내가 대답하던, 하지 않던 맹유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막아뒀어요. 데스크에 온갖 로비하면서, 없던 법무팀도 만들어서 협상 진행했어요. 국내만 있었는 줄 아세요? 외국계 언론에서도 연락 들어오는데.”


그러니까, 그럼 내가 터트린 게…….


“어떻게든 최웅의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도 돈이면 안 될 게 없더라고요.”


맹유별의 말은 아주 친절하고 상냥한 덫이었다. 돈과 법으로 세운 바리케이드를 보여주며 말이다.


“다시 물어볼게요. 유튜브, 왜 하세요?”


비겁한 답변으로 도망칠 수 없게 만들었다. 맹유별의 유약이 가장이었나 싶었을 정도로 냉철하고 날카로웠다.

“그래요, 인정할게요. 비겁하다고.”


씁쓸한 인정이 나왔다. ‘어쩔 수 없다’로 도망친 나의 비겁함. 자기 연민에 취해 죽음을 돈으로 바꾸고 애도를 짓밟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었다. 괜찮을 거라고 합리화했었으니까. 나의 연민은 이리도 얄팍하고 납작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먹고살려고 했다는 말은 진심이에요. 돈 하나 보고 운영했으니까.”
“돈만 본다기엔 운영을 잘하셨던데. 좋아요 공약에 유서까지 걸고.”
“최웅 씨도 유서가 공개되는 걸 원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건 이쪽에서 판단할 문제고.”
“맹유별 씨는 그저 동업자이자 친구잖아요. 최웅 씨의 유서에….”
“그만.”


맹유별은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매트리스에서 일어났다.


“…선 넘지 마세요.”


맹유별의 약함을 찌른 듯 가시를 세웠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몸을 일으켰다.


“그 유서 속에는 그저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말뿐이었어요.”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분노와 슬픔을 오가며, 맹유별은 무너지고 있었다.

“슬픈 건 이해해요. 누군가의 끝은 영원히 가슴에 남는 걸 저도 알고있…….”
“아니, 당신은 모르잖아.”


맹유별은 슬픔을 억지로 짓누르며 이를 악물었다.


“그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 온전히 슬퍼할 수 없어서 세상이 무너지는 이 느낌을 모르잖아.”


사랑이라고 읽기에는 너무도 선명한 분노였다.


“그 새끼가 무슨 짓을 하고 갔는지, 모르잖아…….”


맹유별은 이불을 꽉 말아쥐었다. 이번에는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눈물이 분노에 메마른 듯이.

“무슨 짓을 하고 갔는데요.”
“……뭐?”
“당신 말대로 난 모르잖아요. 그니까 말해줘요. 무슨 짓을 했는데 그렇게 화나는지.”


맹유별의 처사는 너무나도 관대했다. 회사에 법무팀도 꾸렸다는 양반이 왜 고작 유튜버한테 와서 질질 짜고 있겠는가. 거슬리는 것들을 눈앞에서 치우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일 텐데 말이다.


“나한테 무슨 말이라도 해줘 봐요. 다 들어줄게요.”
“왜? 이걸로도 돈벌이하려고?”


맹유별은 날카로운 헛웃음을 터트리며 비웃었다.
“당신이 민재까지 언급해 놓고 나보고 뭘 더 어떡하라고요? 값 치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값 치러드린다고요.”
“…….”
“이미 나한테 열쇠가 뭔지 알려줬잖아요.”
“그건…….”
“날 믿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아요. 날 시험 해보는 거여도 좋으니까, 자포자기하지 말고 말해봐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말이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위태로운 맹유별에게 차마 밖으로 내뱉으면 그렇게 될지 무서워서,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내가 그 감정 쓰레기통인지 뭔지 해줄 테니까.”


때로는 아무런 사이가 아닌 사람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니까.

“……하, 하하.”
맹유별은 허탈한 웃음과 함께 손에 힘을 풀었다. 구겨진 이불에는 회복탄력성 따위가 없어서, 그 모양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최웅은, 그냥 친구였어요. 동네 친구.”


슬픔도 분노도 모두 잃어버린, 텅 빈 눈으로 이제는 흐려진 기억을 더듬었다.

***

어쩌면 버려진 마을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이 지역의 모든 아이들이 모이는 작은 학교. 이마저도 뭘 하려는 건지 여학교와 남학교를 나눠뒀기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한 학년에 반이 1개밖에 없었다. 모두의 이름과 얼굴을 아는 작은 학교 속에서 최웅과 나는 그렇게 긴 유년을 함께 자랐다.

작은 동네여도 사회는 사회여서, 그 안에서 친한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별했다. 최웅과 나는 그럭저럭 말을 튼 사이였다. 같은 도서부였고, 점심시간 도서관에 가면 항상 서로가 있었으니까. 내가 문학 코너에서 책을 고르면, 그 아이는 과학과 물리 코너에서 책을 골랐다. 도서부 활동에 부원들이 점심시간에 돌아가며 사서 역할을 하는 활동이 필수였다. 내 차례가 왔을 때 최웅은 항상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들고 왔었다. 바코드를 찍으며 그 책이 재미있느냐고 물으면 그저 씨익 웃고 고개를 끄덕이던 그 아이가 신기해 보였다. 볼에 쏙 들어가던 보조개도, 웃으면 사라지는 오른쪽 눈 바로 아래 점도.

내 유년 시절의 기억은 그랬다. 그저 맑게 남아서, 그 아이 곁에서 나는 구름 같던 섬유유연제 향은 늘 그 기억으로 데려갔다. MP3에 노래를 담아 듣고 있던 그 시절로. 같은 이어폰을 나눠서 끼고 책을 읽던 그날로. 그런 날에는 글이 읽히지 않았던 그런 때로.

***

한참을 침묵 속에서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겨있던 맹유별이 돌연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반사적으로 나오는 한겨울의 가벼운 입김 같아서, 금세 사라졌다.


“그 작은 동네에서 꽤 똑똑했거든요.”


맹유별은 거길 작은 동네라 불렀다. 글쎄다, 내가 정보를 얻기 위해 돌아다녔던 그 지역은 작다고 불리기엔 너무도 광활해 보였다. 아마도 작았던 건 맹유별의 세계가 아니었을까.


“웅이는 유학을 선택했어요. 그러면서 저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했었죠. 미친 짓 같았지만 저도 좋다고 했어요. 물론 저는 웅이만큼 똑똑하진 않아서, 워킹홀리데이로 준비했었죠.”


확실히, 어린 시절에나 할 법한 패기였다. 나는 저 나이대 점수 맞춰 들어간 대학에서 술이나 들이부었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다만 너무 급하게 워홀을 준비해서 서류를 하나 빠트렸었어요. 어쩔 수 없이 반년 정도 뒤에 비행기를 탔었고….”


맹유별은 이 대목에서 잠시동안 깊게 숨을 마시고, 내뱉었다.


“고작 반년인데,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웅이는 달라져 있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았죠…….”


맹유별은 그 뒤로 한참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말하지 않아도 상상되는 것들이 있었지만, 나 또한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뭐, 아무튼 제 워홀 비자가 만료되었을 때 웅이도 함께 돌아왔어요. 웅이는 이후로 안드로이드 연구에 빠져있었고, 다른 연구소에서 팔 부분을 맡아서 제작하다가 독립했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그 로봇 팔이에요. 누군가의 개입 없이 자기 손으로 만든, 첫 작품이요.”


그 말을 하는 맹유별의 목소리는 고저가 없었지만, 느낌상 뿌듯했던 것 같았다. 첫 작품이라는 말에 강세를 두는 걸 보면, 그렇게 느껴졌다.


“그 로봇 팔에 스스로 만든 AI까지 넣었으니까, 말 다했죠. 이름도 붙이더라고요. ‘하와’,라고 그랬나.”
“잠깐만요, 이름이 ‘하와’라고요?”


될 수 있으면 조용히 들으려고 했는데, 이름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맹유별을 세웠다. 맹유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네, AI의 이름이에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좀 특이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맹유별에게는 아마도 종교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이름을 듣고 저렇게 무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을 테니까.


“……아뇨, 이름까지 지어줄 정도로 많이 아꼈나 싶어서요.”


이름에서부터 오는 기묘한 감각을 차마 설명해 줄 수 없어서, 말을 아꼈다. 이건 불쾌함일까, 찝찝함일까.


“맞아요. 많이 공들였어요. 처음에는 엉뚱한 말만 하던 AI가 나중에는 비서처럼 대응했으니까요.”


맹유별은 잠깐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까도 그렇고, 최웅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 전에 잠시동안 기억을 되짚는 것 같았다.


“웅이는 그걸 즐거워했었어요. 그래서 더욱, 납득이 안 가는 거죠. 절 버리고, 날 두고 그렇게 떠날 정도로….”


맹유별의 말에서는 깊은 의문과 약간의 분노, 그리고 배신감이 담겨있었다. 딱딱하게 굳어진 목소리에서 그 아픔을 꾹꾹 눌러 참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게 당신이 느끼는 배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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