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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똥 Jun 25. 2021

직장인 3인방의 은밀한 외출

행복이 뭔지 아세요?


다행히 우리는 미리 예약해 놓은 방에 들어가 앉았다. 이곳의 주메뉴는 백숙이다.

백숙은 능이버섯이 들어가 있어 버섯 특유의 향과 잡내가 없는 것이 특징! 다들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숟가락을 들었다 놨다 초조한 모습이다. 음식이 짠! 하고 등장하면 지체 없이 바로 먹기 위한 준비 자세다.


회사 동료 3인방은 2주에 한 번,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마다 우리만의 외식을 즐긴다. 외식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회사 구내식당 밥은 밥을 먹은 후 두세 시간만 지나도 금방 배가 고프다. 이유는 저렴한 단가에만 음식을 맞춘 덕분이다.

김치 1+김치 2+ 비엔나소시지볶음+김칫국+ 숟가락에서 폴폴 날아다니는 밥이 전부인 식단에 무얼 바라겠는가. 김치를 두 가지나 내놓는 건 영양 가치가 아니라 반찬 가짓수만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보였다. 집 밥을 좋아하지만 구내식당 밥은 그저 그런 맛없는 식당 밥에만 그쳤다. 그렇기 때문에 토요일마다 즐기는 외식은 뜨거운 여름날에 갑자기 내리는 시원한 소나기 같은 존재 같다고 할까?


작년부터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점심시간 외식을 가급적 금지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소수 인원이 몰래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곤 공식적인 외식을 하는 게 어렵다. 토요일은 급한 업무 처리를 위해 열두 명 정도의 인원만 출근을 한다. 이건 비밀인데,  그중 우리 3인방은 순서 없이 각자 지갑을 열어 우리들만의 은밀한 외식을 즐기고 있었다.


"능이 전복 삼계탕 어때?"

"삼계탕! 오케이!!!"

토요일 오후 12시 30분, 우리는 미리 예약해 놓은 능이 전복 삼계탕집에 도착했다. 가게 입구에 도착하면 귀가 쫑긋 선 늠름하게 생긴 누룽이 가 우릴 맞이한다. 조금 사납게 생겼지만 백숙을 먹은 탓일까 어찌나 온순한지 모른다. 예쁘다고 머리를 만져주면 쫑긋 선 귀를 내리고 좋다고 벌러덩 눕는다. 애교 넘치는 행동에 배를 주물러준다. 밥 먹으러 들어가기도 전에 녀석의 애정공세에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주인은 이렇게 애교 가득한 누룽 이를 어디서 데려왔는지, 삼계탕 먹으러 왔는데 누룽이 와 판 깔고 놀 판이다.

지글지글 끓고 있는 돌솥에 가지런히 담겨있는 부추와 전복 능이버섯 조화가 탐스럽다. 닭고기 한 점에 매콤한 오징어젓갈을 한 입 베어 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닭고기는 질기지 않게 적당히 씹혔고 담백한 맛이다. 껍질 가득 찬 전복을 숟가락으로 떼어내어 한입 베어 문다. 전복 특유의 바다향이 입안에 번졌다. 국물 맛은 또 어떻고. 조미료가 들어가 있지 않아 혀에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구수함은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진실. 부추는 닭 특유의 잡내를 없애주는데 일등공신이다. 향긋한 부추와 닭고기를 함께 먹으면 부추의 알싸한 향이 닭 요리의 풍미를 더해준다. 우리는 서로 대화 없이 백숙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학교 다닐 적 전교 1등 부럽지 않은 대단한 집중력이다. 그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건 삶의 낙이고 즐거움이다.

"캬! 잘 먹었다. 삼계탕이 이 정도는 돼야지."

"배가 부른데도 다 먹었다니깐.

"어우! 나 못 일어나겠어. 나 좀 엎고 가"


그렇게 배가 부르다고 야단이면서 누군가 소리친다.


"자! 2차 커피는 내가 쏜다!"


돌아오는 길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 들러 각자의 취향대로 향긋한 커피를 주문한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언니, 달달한 캐러멜 마키아토를 좋아하는 반장님, 부드러운 거품 가득한 카페라테를 좋아하는 나. 커피 취향은 다르지만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커피를 좋아하는 건 일심동체다.

"모두 아이스로 해주세요!"

'배가 부른데도 커피 향은 이리도 향긋할까? 캬! 쥑인다!'

3인방은 테이크 아웃한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오후 업무를 위해 직장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삶의 소소한 행복은, 이따금씩 즐기는 외식과 진한 아이스커피 한 잔의 여유이다. 늘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는다고 꼭 행복한 건 아니다. 가끔씩 마음 맞는 동료와 단 한 시간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는 건 힘겨운 직장 생활을 하는데 달콤한 활력소가 된다.


"우리 2주 뒤에는 뭐 먹으러 갈까? 밥은 내가 쏜다!"

"이봐, 2차 커피는 내가 쏜다고!"

"다들 아이스? 콜!!"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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