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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똥 Jul 08. 2021

글을 쓰는 이유

특별하거나 거창하지 않은 글을 클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삶이 인간을 받쳐 주기를 멈추어 그가 바닥 없는 심연으로 떨어져 갈 때 문학은 그가 아예 지구 속을 통과해 새로운 땅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것은 외면이나 냉소가 아닌 간절한 제의에 가깝다. 문학은 그가 너무 빠른 속도로 떨어지지 않도록 날개를 달아준다.

문학이 준 날개는 이제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는 데에 쓰이는 대신 두 발을 다시 땅에 붙이는 데에 쓰인다.
책의 말들/ 김겨울


엄마 딸에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 일. 내가 엄마가 되다니.

나는 엄마가 되는 게 싫었다. 엄마가 아닌 영원한 딸로 남고 싶었다. 그랬던 내가 2년 동안 아이를 갖기 위해 직장과 병원을 드나들었고, 드디어 쌍둥이의 엄마가 됐다. 엄마가 되어보니 간절함이 달라지더라. 아이가 건강했으면 좋겠고, 건강한 음식만 먹었으면 좋겠고, 위험한 곳엔 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하나 둘 바라는 게 많아졌다.


아이가 어릴 때는 어린 데로 고민이 많았다. 분유가 맞지 않아 종류를 수십 번이나 바꾸기도 했고, 이유식을 먹지 않아 어떤 음식을 먹여야 할지 늘 고민했다. 엄마의 세계는 쉴 틈 없이 바빴다. 하루 두 번은 빨래를 돌려야 했고, 먹은 건 없는 것 같은데 설거지는 넘쳐났다. 낮잠 좀 푹 자주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30분 자고 일어나더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나이가 많은 몰티즈 강아지가 있었는데, 아이들은 내가 한 눈을 판 사이 강아지 똥을 만지고 있었다. 이제 그만! 아이들에게 외쳤다. 똥을 만지고 있는 아이에게 그만하라고 외쳤지만, 그것보단 힘든 엄마란 직업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늦은 나이에 막내를 출산한 친구가 있어서 생각날 때마다 친구와 아이들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마음속은 늘 공허했고 외로웠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도 낫질 않았고, 좋아하는 31가지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어도 맛이 없었다.

그날 저녁부터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내 삶이 ' 바닥 없는 심연으로 떨어져 갈 때, 새로운 땅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고, 글을 씀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떨어지지 않도록 날개를 달아줬다.'(책의 말들 인용)


매일 저녁마다 할 일이 생겼다. 자정을 넘기면 다짐은 물거품이 된다는 걸 상기하면서 11시 59분에 쓴 글을 제출했다. 타이밍도 기막히지, 59분에 과제를 제출하는 실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작년부터 시작한 글쓰기는 지금까지 쭉 지켜지고 있었고,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돼주고 있었다. 나는 글쓰기를 거창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마음 가는 대로, 의식 가는 대로 친구와 대화하듯  쓴다.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수다쟁이라면 가능한 일. 그렇게 나는 아침마다 나 자신과 대화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문학이 준 날개는 이제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는 데 쓰이는 대신 두 발을 다시 땅에 붙이는 데에 쓰인다.'(책의 말들 인용) 더 이상 아이를 육아와 직장을 다니는 일이 괴롭거나 힘들지 않다. 우리 엄마는 딸 넷을 기르며 힘든 내색 하나 없으셨거든. 겨우 주먹만 한 일로 힘들다고 투덜대는 자신이 부끄럽고, 문득 엄마의 희생정신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가끔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글을 쓸 때면 아침부터 뜨거운 감동에 북받쳐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에잇! 오늘도 엄마를 떠올리니 마음이 짠하다.


삶이 힘들거나 괴로울 때,  글을 쓰고 책 읽기를 하는 행위는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일이다. 혼자서 끙끙 앓으며 괴로워하지 말고, 지금 당장 마음속 생각을 글로 남겨보라. 어느 순간 생각이 깊어지고, 매 순간이 소중해질 테니.  그렇게 나는 글과 친구가 되었고,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비에 젖은 유리창이 꽤 운치 있어 보이는 아침이다. 하늘은 흐렸지만 온천지가 푸르름 가득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겠지만, 나는 어제와는 다른 생각으로 오늘을 그려나갔다. 지루한 일상을 지루하지 않게 도화지에 스케치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글이 가진 가장 특별한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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