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똥 Jul 09. 2021

남편 코로나 확진 아닌데요?

편견이 주는 불편함

언제나 진실은 구체적이고 저마다 다르고 복합적이며 다층적이지만, 편견은 추상적이고 단순하고 타자를 매우 손쉽게 동질화한다. 독성이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보유한 생물을 보고 즉각적으로 꺼리고 배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생물학적 '혐오감'을 정신적 관념인 '편견'과 완전히 결탁시켜 다른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편견에 집착하는 것은 악마가 되고자 하는 것, 악마가 되어가는 일을 즐기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정지우

출근하여 업무를 보던 중 걱정되는 마음이 들어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단다. 출근 전만 해도 알아서 병원을 가겠다고 했던 남편이 안 되겠다고 연락이 왔다. 급한 마음에 119로 전화를 했다.

"코로나 의심 환자는 119 이송이 불가능합니다. 해당 병원으로 문의해 주세요."

(위급 상황에 이용하는 게 119가 아닌가?)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병원 응급차 이용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필요하시다면 사설 응급차라도..."

돈이 몇 백만 원 드는 것도 아닌데, 사설이고 뭐고 상관없다고 당장 사설 응급차를 불렀다.

회사에서 일하다 말고 급한 업무만 다른 동료에게 맡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왔다.


남편이 아예 걷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밤새도록 열이 떨어지지 않아 육체적으로 쇠약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단순히 걷는 게 불편한 정도였다. 가까운 병원에 도착했고, 코로나19 검사부터 진행했다. 혹시 코로나로 인한 고열인지 의심이 가서다. 하지만 남편 몸이 불편했던 건 4주 전쯤이다. 낮에는 멀쩡했다가 저녁만 되면 열이 올랐고, 밤 낮 컨디션이 다르니 업무 강도가 높아서 그러려니 했다. 병원을 찾아가면 으레 코로나 검사부터 진행하지 않으면 어떠한 치료도 어렵다는 말에, 겁 많은 신랑은 코로나 검사를 계속 미뤄왔다.



코로나 응급 검사를 하니 음성 판정이 나왔고,  오후 6시쯤이면 정확한 수치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남편이 코로나 확진이 됐다면 아이들과 나, 남편 직장 동료들이 무사할 수 있었을까? 나는 코로나 확진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있었지만, 남들이 보는 눈은 그게 아니었다.이미 내가 남편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회사에서 뛰쳐나올 때부터 나를 모르는 직장동료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쟤 남편 혹시 코로나 확진된 거 아냐? 만약 확진이라면 공장 직원 몇 백 명이 검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어."



다행히 남편은 오후 검사 결과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고열은 폐에 물이 차서 생긴 것이었고, 정확한 병명은 아직 검사 중이다. 나는 남편이 아픈 것보다 코로나 확진이 아닌 것에 더 마음이 놓였다.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찔했다.



코로나19 바이스러스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어떠한 장소를 가더라도 확진자를 만날 수 있고, 운 나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확진이 됐다고 해서 상대를 탓하거나 비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빠른 검사와 대처가 필요한 건 인정한다. 남편은  평소 몸 상태가 코로나 의심 환자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아팠다. 자신의 몸보다 직장 일이 우선이었고, 자신으로 인해 업무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던 성실한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요즘 코로나 확진이 늘어나면서 본인 건강에 대해서는 즉시 대응해야 했다.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지 못한 걸 이제 와서 탓하는 건 무의미하지만.


어찌 됐건 남편은 아프고, 내 마음도 아프다.

남편이 확진된 것도 아닌데, 확진됐을 거라는 편견이 더 가슴 아팠던 건 사실이다.  뭐, 시간이 약이겠지만...


이런 상황에 어제 기록한 필사는 마음의 정곡을 찔렀다.

"삶이 인간을 받쳐 주기를 멈추어 그가 바닥 없는 심연으로 떨어져 갈 때 지구 속을 통과해 새로운 땅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가 너무 빠른 속도로 떨어지지 않도록..."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힘들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는 여전했고, 아이들로 인해 더 큰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까짓 거! 분명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오늘도 열심히 달리자!


작가의 이전글 배달음식점이라고 다 같지 않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