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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똥 May 14. 2021

꿈이 뭐에요?

기록이 주는 희망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이며 소소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삶을 살고 있다.

기록을 시작하게 된 건  그 전보다 바쁜 삶을 살게 되면서부터다. 오히려 마음속 여유가 있을 때는 생각지도 않았던 기록.  20대 시절 잠깐 일기를 끄적이거나, 군대 간 남편에게 편지 쓰는 것을 제외하곤 기록이란 걸 잊으며 살아온 내가 기록을 하고 있다니, 신문에 나올만한 소식이다.

매일 아침 기록하는 삶을 산다고 하니 가족들은 그저 안타까운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취미생활도 좋지만, 쉬는 게 낫지, 살면서 큰 도움도 안 되는 글을 쓰고 있어. 힘들지도 않아?." 기록의 즐거움을 뭐라 설명할까? 에잇! 주위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귀찮다!


10년 전 일이다. 어느 날 문득 친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뭐야?'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하긴 했지만, 그 당시 꽃을 좋아해 예쁜 정원 갖는 것이 꿈이라 '꽃피는 정원'이면 좋겠다고 했다. 며칠 후 작은 택배박스가 도착했고, 한 손에 잡히는 노트에 핑크색 글자로 '꽃피는 정원'이란 문구가 쓰여있었다. "숙이 너에 꿈을 적고 꼭 이루어지는 삶을 살길 바래."


친구 선물에 감동했지만 정작 그때는 노트에 무슨 내용을 적어야 할지 몰라 아무런 내용도 적지 못했다. 하다못해 작은 꿈이라도 적지 않았던 나는 젊은 시절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살았던 것일까? 그 시절  꿈이란 건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실천할 수 없는 목표를 세웠고, 작은 실행조차 하지 않았던 시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자신을 탓하거나 원망하는 게 전부였다.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 그저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했으니까.


이후 나는 만난 지 10년 된 남자 친구와 결혼을 했다. 

신기하게도 몇 번 이사를 다니고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친구가 준 노트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니.

베이지색 커버는 빛바랜 듯 때가 묻어 지저분했지만, 노트 안 쪽 페이지는 여전히 부드러웠고 깨끗했다.

노트 커버는 꼭 나 자신을 보는 듯했다. 세월이 흘러 시절보다 더 나이가 든 내 모습. 래도 다행인 건, 나는 매일을 기록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었지만 이제야 노트에 어떤 낙서를 해야 할지 깨닫는 시기가 됐다. 당시 친구는 선물해 준 노트에 내가  어떠한 기록도 하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꿈도, 목표도 없던 그저 젊은 아가씨에 불과했으니까! 누군가 내게 꿈을 물을 때 선뜻 떠오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이들의 엄마이고 직장인이고 매일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기록하는 삶은 작은 일상조차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 친구의 노트는 이제야 나의 식탁 서재에 올려져 있다. 지금은 노트도 나도 나이가 들었다. 하지만   '꽃피는 정원'은 지금부터 란 걸 알고 있다. 오늘은 이 노트에 나의 꿈을 기록해 나갈 생각이다.  이제 만발할 나의 꽃피는 정원. 기록을 하면서부터 나의 꿈이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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