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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똥 Jun 11. 2022

그깟 글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당신은 모른다

아이고! 시간이 없어서 도저히 안 되겠다.

다른 사람과 매일 글쓰기를 하려니 가장 힘든 게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워킹맘은 그 누구보다 나를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휴식이라고는 오롯이 잠자는 시간만 허락될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며 가장 절실한 건 '시간'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을 테고 지금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 텐데...'


매일 저녁 12시가 되기전에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처럼  겨우 글 하나를 완성했다.

신데렐라는 그 시간안에 무도회에서 춤이라도 즐겼지, 나는 그 시간 동안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까지, 게다가 자정이 되기 전까지 글도 써야 하는 이 가혹한 운명 앞에 그녀가 즐긴 무도회는 사치같아 보였다. 동화 속 신데렐라는 마법이 풀릴까 봐 헐레벌떡 뛰다가 유리구두를 잃어버렸지만,  내가 잃어버린 건 대체 뭘까. 유리구두는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만,  텅 빈 마음 거울에조차 비치지 않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을 글쓰기를 통해 회복하고 싶었다.


글을 쓰고 난 후, 휴대폰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보면 새벽 2시는 훌쩍 넘는다. 그러다 보니 기껏해야 4시간 정도 잠을 잔 뒤 회사에 출근하는 내 모습을 본 회사 동료는 말했다.

"피곤하게 그깟 글은 왜 써서 힘들게 살아. 글 써서 밥 먹여 주는 거 아니면 때려치워. 애들 키우려면 휴식이 우선이야."

피곤해 보이는 내 모습이 안쓰럽다는 거다. 그렇지, 휴식이 우선이긴 하지.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힘든 건 맞다. 그렇다고 글쓰기가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니었다. 글을 마음껏  쓰고싶지만 그럴 수없는  시간이란 게 문제지.


하는 수 없다. 그동안 미뤄온 새벽 기상을 이참에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본래 내 성격은 시작은 잘하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중도 포기하는 걸 잘했다. 새벽 기상도 해보다가 정 힘들면 포기하면 되는 것이다. 포기한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니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책이나 유튜브 자기 계발 영상을 보면 새벽 4시 30분에는 일어나야 여유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휴대폰 알람을 무조건 4시 30분에 맞춰놓았다. 으악! 어떡하나. 잠시 눈만 감았을 뿐인데 곧이어 귓가를 맴도는 듣기 싫은 멜로디 소리. 눈꺼풀은 돌덩이 몇 개를 올려놓은것처럼 떠지질 않았다. '내가 무슨 수로 4시 30분에 일어난담? 6시 30분에 일어나는 것만 해도 기적이지.' 한 번은 한두 시간 자고도 4시 30분에 일어난 걸 성공했다고 블로그에 한껏 자랑도 했었다. 새벽 기상은 성공했지만 그날 직장에 출근한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술, 마약(뽕) 먹은 사람처럼 헤롱헤롱 맛이 갔다(?)는 표현이 안성맞춤이다.


수십 번 새벽 기상에 쓴맛을 경험하자 글쓰기 시간은 필요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새벽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무의미한 행동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것은 평소보다 '일찍 잠들기'였다. 휴대폰과 텔레비전 시청만 하지 않는다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또한 아이들도 일찍 잠드니까 아침에 일어나는 게 수월했다. 마침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누이는 엄마, 매부는 우리 아이들이 되는 셈이다. :) 우리는 가족이지만 이제부터는 누이와 매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는 글쓰기를 하기 위해 새벽이란 시간을 조금씩 확보해나갔다. 새벽은 저녁시간보다 훨씬 기분이 상쾌했다.  이제껏 살며 한 번도 해보지 않던 새벽 공기를 마시며 쓰레기도 버리러 나가고,  아파트 13층까지 계단을 오르기도 했다. 이후 따뜻한 우유 한 잔과 고소한 빵 한 조각을 먹으면 그 맛은 세상 꿀맛이었다. 하루 시작이 맛있으니 글 쓰는 시간이 즐거웠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추억을 끄집어낼 때 시절의 향기가 콧속을 간지럽혔다. 젊은 시절 엄마 화장품 냄새가 나기도 했고, 바둑이가 새끼를 낳아서 꼬물거리는 새끼를 볼 때 개집에서 풍기는 똥냄새 비슷한 구수함과 비릿한 냄새가 아직도 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추억은 새록새록 냄새로 피어났다.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글은 시간을 내어야만  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새벽 기상을 시작 하면서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내뱉지 않았다. 새벽 기상을 통해 어떤 일이든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달았다. 그 밑바탕에는 글쓰기 모임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글쓰기 모임에서는 나를 '이장님'이라고 불렀다. 아침 일찍 올라오는 내 글을 보며 글벗들이 지어준 재미있는 별명이다.  시골 동네 이장님은 남들이 자든가 말든가 아침 댓바람부터 "에~~ 마을 주민 여러분, 오늘은.... " 요로코롬 방송을 한다. 나는 이장님이라는 별명이 재밌으면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글쓰기 모임은 조금씩 나를 변화하게 만들었다. 작은 빗물이 모여 고랑이 되고, 고랑물은 조금씩 천천히 바다로 흘러간다. 비록 지금 내 모습은 작은 물방울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고랑물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글쓰기 마감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주말인 오늘도 출근을 한다.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오늘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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