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리모델링, 이것만 기억하자!

화장실에 욕조가 필요한 모래알 같은 진실

by 보리똥



우리 집은 15년 된 34평 낡은 아파트다. 집을 구하기 위해 처음 이곳을 보러 왔을 때는 리모델링이 필요치 않아 보였다. 이후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난 후 집을 보러 왔을 때는 신기하게도 리모델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들이 넘쳐났다. 특히 화장실은 타일, 변기, 욕조 뭐 하나 깨끗해 보이는 게 없을 정도여서 리모델링 우선순위에 둬야 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게 맞는 말이야. 지저분한 게 하나도 보이지 않던 게 이제는 그런 것만 보인다. 화장실, 싱크대, 도배, 벽지, 베란다 탄성코트에... 돈이 얼마야. 휴~"

"자기 성격이 대충대충, 얼렁뚱땅이니까 그렇지. 처음부터 나는 리모델링할 게 많다고 느꼈으니까!.

자기는 100% 마음에 쏙 들어하는데, 내가 옆에서 뭐라 한들 귀에 들렸겠어?"

맞다. 남편은 항상 꼼꼼한 성격이었다. 나와는 다른 세계 사람이란 걸 간과한 것이다.


화장실 리모델링을 결정하기 전에 가장 고민한 부분이 있었다. 욕조를 뜯어내고 샤워부스를 만들거나 욕조가 있는 화장실을 만들어야 할지 두 가지 갈림길에 놓여있었다. 당시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화장실 구조 선택은 오롯이 남편과 나에 입장에서 생각했다.

"욕조가 있으면 화장실 청소하기 힘들어. 요즘 누가 욕조에 들어가서 목욕해? 매일 간단하게 샤워하는 정도지, 옛날처럼 때 빼고 광내는 시절은 아니잖아?"

욕조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나는 두 개 화장실을 샤워부스로 만들자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 든 분들이나 욕조를 없애는 추세예요. 특히 화장실 공간이 좁다면 욕조는 없애는 게 좋아요." 리모델링 업체 사장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요즘 욕조를 없애는 게 트렌드라면 당연히 그것에 따르는 게 맞다 생각했다.

"둘 다 욕조를 없애고 샤워부스로 만들어 주세요."


공사 하루 전, 여동생은 내게 작은 조언을 했다.

"언니, 어릴 때 아이들이 욕조에서 얼마나 잘 노는데. 소윤이도 혼자 욕조에서 장난감 갖고 잘 놀았어."

이놈의 팔랑귀는 여기서 팔랑, 저기서 팔랑대는 꼴이라니! 여동생 한마디에 욕조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조카는 외동딸이었는데 혼자서도 잘 놀던 공간이 욕조였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 공사가 시작되기 전이라 급한 마음으로 사장님께 거실 화장실은 욕조를 그대로 두고, 안방 화장실만 샤워부스로 꾸며 달라고 주문했다.




9월 27일 뱃속에 있던 아이들이 2.03, 1.98kg에 작은 체구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2주간 입원을 했다. 평균 또래보다 한참이나 작은 체구였기 때문에 아이들 육아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기일때는 들고 다니는 작은 욕조로 목욕을 해서인지 욕조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백일이 지나 어린 아기에게도 목 튜브를 이용해 욕조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장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아이들 목을 튜브로 단단히 고정해 줬다.


자! 준비운동을 하자! 하나 둘! 서이 넷! 까딱까딱 다리를 흔들어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따뜻한 물을 배와 다리에 살짝씩 뿌렸다. 이제 입수! 둥둥둥 몸이 물에 떠다니는 게 신기하면서도 살짝 겁이 난 모습이었다. 이것도 잠시, 올챙이처럼 다리를 움직이더니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


세월이 흘러 아이들 나이가 벌써 네 살이다. 이제는 스스로 기저귀를 벗고 목욕하러 간다고 물 받으라고 명령을 하는 나이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 튜브를 하고 놀던 아이들이 이렇게 빨리 자라다니! 엄마 나이 먹는 건 생각하지 않고, 금세 자란 아이들을 보며 세월이 빠르단 걸 느낀다.


목욕을 하러 가기 전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핼러윈데이에 사탕을 담았던 호박 주머니는 목욕 최애 템이다. 아이들이 목욕을 하며 놀 때는 엄마가 굳이 놀아주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잘 논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깔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재밌는지 슬쩍 화장실을 들여다보니, 좁은 욕조 안 두 아이가 접영 자세로 누워있었다. 아이들의 귀여운 똥꼬는 물살을 만나 넘실넘실 탐스럽게 움직인다.

"어이구! 예쁜 내 새끼들!, 엄마가 욕조 안 만들어 줬으면 수영도 못했을 거야. 욕조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엄마! 엄마!" 재밌게 실컷 놀던 아이들은 이제 목욕을 끝낸다고 소리친다.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나오고 싶다는 말을 못 하더라도, 엄마를 부르는 어투는 나오고 싶다는 예감이 들게 한다. 그래! 오늘도 참 잘 놀았다. 목욕이 끝난 후 아이들은 시원한 우유 한 잔을 들이켠다. 이윽고 우유 한 잔을 마실때마다 연신 "캬!"소리를 낸다. 마치 어른들이 고된 하루를 마치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처럼 청량하게 들리는 것만 같다.


살아가며 사소한 일이라도 크거나 작은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찾아온다. 욕조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도 어쩜 작은 모래알에 불과한 선택 인지도 모른다. 모래알 한 알은 눈에 띄지도 존재가치도 없을 수 있지만, 작은 모래알 한 알 한 알이 모여 빛나는 백사장을 만들기도 한다.

작은 욕조가 선물해 주는 매일매일이 주는 행복! 행복이 하나 둘 쌓여 아이들의 삶이 빛나는 백사장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 둥이들아! 내일은 더 신나게 목욕하자잉!"

"네네, 선생님! 아니, 엄마!!"



비하인드 스토리-> 아이들은 선생님과 엄마를 혼동하여 종종 엄마에게 선생님이라는 말을 한다.

"엄마라 부르지 말고, 선생님이라 불러줘"이야기하면, "아니야, 엄마야."라고 말대꾸하는 네 살 꼬맹이.

너희들이 있어 삶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