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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똥 Nov 19. 2022

주 6일 근무를 하는데 행복해요?

아이 같은 마음 담기

직장에 입사 1년 차가 되어가는 단발머리를 한 50대 여직원이 있다. 그녀는 깡 마른 몸매라 어떤 옷을 입어도 헐렁해 보인다. 사실 그녀와 나는 함께 지낸 시간에 비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가끔 친언니 이야기는 잘 하지만 다른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말수가 없는 편이긴 했으나 타 부서 여직원을 만났을 때는 물 만난 고기처럼 즐겁게 이야기했다. 그녀 눈빛이 반짝이는 모습에서 상대에 대한 호감이 어느 정도 일지 가늠이 되었다. 하지만 나와 대화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 서로 통하는 관심사가 없고, 음식취향도 다르고, 다른 업무를 하고 있으니 공감대 형성이 될만한 구석이 없었다. 단 하나, 그녀도 나처럼 쌍둥이 아들을 두었다는 것. 하지만 이미 아들은 이십 대 후반을 훌쩍 넘긴 나이였으니, 오히려 "라떼는 그렇게 안 길렀어... "라는 말부터 한다. 그러니 관심 있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없긴 했다.


그랬던 그녀가 며칠 전부터 토요일 근무에 대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녀를 제외한 다른 여직원과 나는 매주 6일 근무를 하고 있다. 6일 근무가 말이 좋아 6일이지, 어디 여행한 번 제대로 갈 수도 없이 빡빡하게 살 수밖에 없다. 물론 휴일에 일한 대가로 특근수당을 받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일보다는 삶의 여유를 느껴보고 싶었다. 말이 나온 김에 나는 다른 여직원과 입을 맞춰 팀 회의시간에 제안을 했다.

"우리도 토요일 좀 쉬고 싶다고요."

상사는 각자 업무를 조율해서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격주든 쉬라고 했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격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회의가 끝난 뒤 당황한 듯 소리치는 그녀. "나는 토요일 근무 절대 안 돼! "


그녀는 1년 계약직이었고, 올 11월이면 계약이 끝난다. 그러니 회사는 자연스레 격주 근무를 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녀에게 이틀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번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던 그녀는 하루 종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함께 근무하며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누구는 6일 근무 정해놓고 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 상황에 맞춰 일해야 하는 게 직장이라는 공간이 아닌가.  하긴 소낙비 내리듯 갑자기 들이닥친 통보에 당황했을 그녀 마음도 이해한다. 직장생활에 꿀맛은 주말인데, 기쁨이 반토막 나는 기분은 처절했을 것이다.


나는 아직 토요일에 쉬지도 않으면서 벌써부터 주말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남편은 언제부터 쉬게 되는 거냐고 기대하는 눈치였다. 남들처럼 제대로 된 토요일 아침 일찍 여행도 떠나고 싶고, 하다못해 가까운 곳이라도 여유 있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알찬 주말 계획을 세우고 있는 시간에 그녀는 지금쯤 어떤 고민에 빠져있을까? 회사를 그만둘까? 아니, 토요일에 격주라도 출근해야 할까? 두 갈래길에서 고민하고 있을 그녀 모습이 상상이 된다.


삶의 여유란 어떤 걸까? 지금까지 경험해 봤을 때 시간이 많다고 해서 절대 여유롭게 사는 건 아니었다. 여유로운 시간 동안 내가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솔직히 시간이 많았던 시절에는 정작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  휴일에는 텔레비전 보기,  휴대폰으로 쇼핑하기, 늦잠 자기로 휴일 대부분을 보냈다. 그러다가 또다시 피곤함이 밀려오면 낮잠으로 마무리했다. 잠을 하도 많이 자서 잠을 자야 할 새벽시간까지 정신이 말똥말똥했다. 잠으로 가득 채운 휴일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 찾아오면 몸은 항상 피곤 모드로 돌아왔다. 얼마나 피곤해 보였으면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안돼 보인다는 말을 들었을까?


결정적으로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건 우리 아이들 덕분이었다. 육아휴직 1년을 끝내고 직장을 복귀하면서 단순 직장인의 삶이 아닌 엄마와 직장인이라는 두 가지 타이틀을 달았을 때, 비로소 나는 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직장인으로 살다가 집에 돌아오면 다시 엄마 모드였는데 그럴때마다 "엄마 , 엄마!" 외쳐며 달려드는 귀여운 아이들에게 다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안아주었다. 아이들의 작은 가슴도 아빠 못지않게 따뜻했다.


아이들이 잠이 들면 비로소 '진짜 나'로 돌아왔다.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주어진 이 시간이 그렇게 소중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했고, 글을 쓰면서부터는 더욱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바쁘게 사는 시간이 내게 준 큰 선물임을 잊지 않는다.


만일 그녀가 그만둔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나의 이런 달콤한 휴일 상상도 잠시 막을 내린다. 그녀가 퇴사를 하게 되면 또 다른 사람을 구하면 되겠지만, 어쨌든 당분간은 시간이 걸릴 일이다. '세상살이 타인 생각도 하고 살면 좀 좋아?'라는 말을 내뱉은 자신을 반성한다. 누구에게든 주말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달콤한 시간이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따뜻한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으로도 충분히 휴식이 되고 위안이 될 텐데, 나 역시 참 이기적인 사람이긴 매한가지다. 그녀만 탓할 일이 아니었다.


세상살이가  마음처럼 움직이면 좋겠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일이 더 많더라.  항상 웃을 일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삶이 고되거나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나더라. 하지만 아이들 얼굴을 보라. 때리고 싸우며 아무리 울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해맑은 미소를 짓는 것처럼, 어른도 이것저것 재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 아이들 마음이 필요한 시기이다.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 중 "엄마 파워!"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 시선에서 자신 스스로가 어른 힘처럼 세진다는 말인데, 도리어 아이를 통해 엄마도 파워를 받는다. '으쌰! 파워!'


그녀가 나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없길 바란다.

이런 작은 바람이 그녀 마음에 닿길 바란다. 그녀에게도 '파워!'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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