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1인실이 뭐가 어때서?

12.3. 내란 뉴스를 보며 들었던 청년주거환경에 대한 생각.

by 최가을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내란의 밤. 나는 불안에 떨며 밤을 지새웠다. 나의 작은 방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뉴스를 켜두고, 핸드폰으로는 뉴스를 끊임없이 새로고침하며 새로운 소식을 기다렸다. 지금 나가면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지하철이 아직 움직일 것 같은데. 뉴스를 기다릴 바에는 직접 현장에 달려가야하나?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불안과 걱정에 좁은 방에서 잠자리처럼 맴맴 맴돌았다. 그러다 국회의원 의결 수 절반 이상으로 비상계엄을 해제한 뉴스를 보고서 겨우 잠깐 눈을 붙였다.


그렇게 불안한 내란의 밤을 지나, 올해 초여름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기까지 내란을 극복하는 과정 내내 나는 화장실이 딸린 작은 1인실에서 보냈다. 밤낮으로 눈 뜨면 바로 뉴스를 켜놓고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말이다. 드디어 처음 윤석열이 감옥에 수감된 날,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혼자 방에서 쾌재를 불렀다. 뉴스에서는 윤석열이 들어갈 교도소의 1인실의 구조와 환경이 어떤지, 일주일간 교도소에서 밥은 어떤게 나오는지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교도소의 1인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유심히 보게되었다. 그런데 내 방이랑 너무 비슷하게 생긴 것이 아닌가. 오히려 내 방보다 조금 더 넓고 좋은 것 같았다. 교도소의 1인실도 작은 화장실이 있고, 침대나 옷장처럼 덩치가 큰 가구가 딱히 없으니 오히려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고 말이다.


뉴스를 보고 있자니 조금 현타가 왔다. 내가 교도소 1인실 보다 못한 공간을 위해 이렇게 비싼 월세를 내면서, 이사하지 못하고 1년 넘게 살고 있구나 싶어서. 도저히 지금 받는 월급으로는 같은 동네 전세는 고사하고 왠만한 원룸으로 이사하는 것조차도 무리라 이사를 아예 포기한채 계약을 연장한 참이어서 마음 한 켠이 더 씁쓸했다.


이 뉴스를 본 사람들의 댓글 반응과 각종 유튜브 시사 방송 패널들의 반응이 나를 더 씁쓸하게 했다. 이 정도 공간이면 엄청 비좁고 불편하다, 빨래 안 말라서 냄새 난다, 이 안에서는 기지개도 제대로 펼 수 없다, 저런 곳에서 어떻게 지내냐는 등의 반응 일색이었다.


이보세요, 그 정도 공간 안에서도 사람은 다 하고 살아요. 밥 먹고, 투잡도 뛰고, 글 쓰고, 운동하고, 늦잠 자고, 전화하고, 씻고, 볼 일 보고, 할 거 다 하거든요! 물론 빨래가 잘 안 마르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주제에 겨울에는 춥고, 팔을 양쪽으로 쭉 펴는 스트레칭 못하고, 신발은 한 켤레면 현관이 가득차고, 쓰레기를 엄청 빨리 내야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다. 그리고 이만한 공간에서 살고있는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데, 심지어 이만큼의 손바닥만한 공간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다니. 어쩜 뉴스에서 저런 공감력 떨어지는 말을 하고 있나 싶었다.



나는 생각한다. 교도소 1인실이 뭐가 어때서? 이 나라의 수많은 청년들이 그보다 더 좁은 공간에서, 어쩌면 그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매일을 살아내고 있는데. 3평짜리 나만의 천국을 만들어 그 안에서 고달픈 심신을 달래며 힘든 오늘은 이겨내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살아내고 있는데. 정작 이 사회에서 주거 대책을 말하는 사람들은 치솟는 한강 벨트 아파트 가격을 어떻게 잡을지에 골몰할 뿐, 평범한 청년이 평범하게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교도소만 한 공간도 감당하기 벅찬 이 현실에는 관심이 없다. 어쩌면 알고는 있지만 애써 흐린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 우리 청년들 역시 공간의 문제에 대해 점점 무감각해져가고 있다. 부동산 대책, 집 값 뉴스는 한 귀로 들어와 한 귀로 그대로 나간다. 나에게 전혀 해당되는 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 귀에 경읽기 이다. 언젠가 더 나은 공간으로 이사가면 좋다고 생각할 뿐, 그게 얼마나 걸릴지, 참 막막한 미래의 계획이다.


그래서 사회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고?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어서 무엇을 요구하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청년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래도 논의하다보면 프랑스처럼 “주택 보조금”을 지원해준다거나, “1인 가구 월세 상한제” 같은 정책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과정 모두 생략하고 부모 소득을 포함해서 신청해봐야 광탈하는 청년주택만 무작정 지어대지 말고 말이다. 진짜 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정책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keyword
이전 10화쉐어하우스의 보이지 않는 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