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와 '생활 패턴'이 안 맞을 때 생기는 일

룸메이트 에피소드 1

by 최가을

다인실을 사용한다면, 룸메이트와 성격이 잘 맞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생활 패턴'이다. 친한 친구랑 "우리 같이 살자!" 하고 맘먹고 한방에 들어가도 사사건건 부딪히기 마련인데, 전혀 모르던 사람과 갑자기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막막했다. '과연 나랑 잘 맞을까?'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나는 다행히 성격이 둥글둥글해서 무난하게 지낼 수 있다고? 축하한다! 하지만 진짜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 바로 생활 패턴! 이게 안 맞으면 정말 사람 돌아버린다… � 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건 여행 가서 며칠 참고 마는 수준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인내심이 바닥나는 걸 직접 체험했다. 그때 깨달았다. '아, 생활 패턴 다른 부부가 왜 그렇게 싸우고 각방을 쓰는지 알겠다!' 하고 말이다. 나의 인내심의 바닥이 어디인지 알고싶다면, 생활패턴이 안 맞는 사람과 함께 살아보라고 강추하고 싶다.



☀️ 아침형 인간 vs � 심야형 인간

예전에 커튼 하나로 공간을 나눈 2인실에 살았던 적이 있다(잠깐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때 만난 룸메이트와 나는 생활 패턴이 정반대였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가거나 일을 하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었다. 늦어도 12시 전에는 꼭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내 룸메이트는 아르바이트와 재수 학원을 병행하는 '심야형 인간'이었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평범한 친구였지만, 문제는 밤에 잠을 안 잔다는 거였다. � 디자인을 공부해서 밤샘 작업이 익숙하다고는 했지만… 보통 사람들이 깊이 잠든 시간에 활동하는 날이 정말 많았다.


룸메가 늦게 들어오면 씻는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는 건 기본이었다. 다른 방 친구들까지 깨기도 했다. 반대로 새벽같이 나갈 때도 준비하는 소리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이어플러그를 껴도, 스탠드 불빛이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 인내심 게이지가 폭발하기까지

처음에는 괜찮았다. 미안해하면서 살금살금 움직이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저 친구도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거겠지' 하고 한숨 한 번 쉬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서로 좀 친해졌다고 생각한 걸까? 어느 순간부터 그 최소한의 '조심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새벽에 들어오거나 나갈 때도 '우당탕탕'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내 분노 게이지는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그리고 대망의 그날. 내가 폭발하고 만 건, 룸메가 새벽 3시에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을 때였다. � 이미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상태였는데, 드라이기 소리를 듣고는 잠이 홀딱 깼다. 네? 새벽 3시라고?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너무 어이가 없으니까 화가 나는 걸 넘어서 헛웃음이 났다. 일단 그 새벽에 싸우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그 당시에는 꾹 참았다.


다음 날, 최대한 좋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그건 좀 심하지 않았니?" 하고 말이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제가 바빠서 그랬는데,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시끄러우면 그 때 바로 말하지 그랬어요?"라고 하는 것. 와, 정말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바쁘다고 새벽 3시에 방 안에서 드라이기를 쓴다는 게,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그날 이후 룸메와의 사이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나는 그 방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화해를 했지만, 한 번 틀어진 사이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 후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고 말이다. 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내가 먼저 다른 곳으로 이사를 나왔다. 그 친구 덕분에(?) 깨달았다. 나만의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 2인실을 마지막으로 나는 쭉 1인실을 고수하게 되었다.


혹시 다인실 입주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한다. 생활 패턴이 잘 맞는 룸메이트를 만나는 게 정말 정말 중요하다.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맞춰갈 수도 있겠지만, 그 배려가 없는 상대를 만난다면… 그곳은 더 이상 편안한 집이 아니게 되니까. 물론 반대로 내가 그 '배려 없는 상대'가 되어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도록 나를 계속 돌아봐야하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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