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어하우스 어느 방에 살아야할까? 1인실 vs 다인실

답은 정해져있고, 넌 답하기만 하면 되..

by 최가을


쉐어하우스, 어느 방에 살아야 할까? (1인실 vs 다인실)

쉐어하우스를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1인실'이냐, 매달 나가는 월세를 아낄 수 있는 '다인실'이냐.


사실 마음만 같아서는 고민할 필요도 없죠.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이 1인실을 원할 테니까요. 독립했는데, 당연히 나만의 방을 갖고 싶지 않겠어요? 비록 방에 화장실도, 부엌도 없을지언정 내 침대에서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안히 쉬고 싶은 마음. 누구나 같을 거예요.




모두의 로망, 하지만 그림의 떡 '1인실'

그렇게 '반드시 1인실을 구하겠다!' 다짐하며 방을 찾아보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쉐어하우스에서 1인실 구하기가 녹록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방의 개수비용 때문이죠.

보통 한 집은 1인실과 다인실이 섞여 있어요. 1인실 2개, 2인실 1개, 3인실 1개. 이런 식으로요. (물론 1인실이 아예 없거나, 1인실로만 이루어진 집도 가끔 있지만요.)


1인실은 그야말로 '귀한 몸'이라 인기가 정말 많습니다. 방 개수 자체가 적은 데다, 한번 들어온 사람은 잘 나가지 않으니 부지런한 사람만이 차지할 수 있죠. 대부분 보증금은 같고 월세에서 차이가 나니,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1인실을 선호하고요.




현실의 계산기 앞에서 무너지는 다짐

1인실로 마음을 굳혔다가도, 막상 방값을 보다 보면 다인실이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1인실이 60만 원대라면, 2인실은 50만 원대, 3인실은 40만 원대. 매달 10만 원, 20만 원씩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머릿속을 맴돌죠. '1년이면 그 돈이 얼마야. 그 돈으로 여행도 가고, 예쁜 카페도 가고, 계절마다 옷도 살 수 있을 텐데….'


결국 우리는 '저축'이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 두 눈을 질끈 감게 됩니다. 앞으로 어떤 룸메이트를 만나게 될지 모른 채, 나의 소중한 자유 시간과 공간을 건 모험을 시작하는 거죠.


스스로 선택한 경우라면 그나마 낫습니다. 부모님께서 비싼 1인실은 안 된다고 해서, 선택권도 없이 다인실에 입주하는 대학생도 많이 봤어요. 다인실이라도 학교 기숙사보다는 비싸니, 1인실은 꿈도 꾸지 못하는 거죠.




N년간의 다인실 유랑기

저 역시 그랬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수입이 불안정했거든요. 아르바이트와 모아둔 돈으로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기에, 매달 나가는 월세를 줄이는 것만이 살길이었습니다. 저에게 다인실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처음 입주한 곳은 4인실이었어요. 아파트 큰 방에 2층 침대 2개가 빽빽하게 들어찬 방. 침대만으로도 방이 가득 차서, 이 큰 가구가 어떻게 문으로 들어왔을까 신기할 정도였죠. 옷장 하나를 둘이서 나눠 쓰고, 나머지 짐은 거실이나 베란다에 두어야 했습니다.


한참 어린 대학생 친구와 단둘이 방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 친구가 2층 침대 위 칸을 쓰겠다고 배려해준 덕분에 저는 아래 칸을 썼습니다. 침대에 누우면 위층 침대의 나무판이 낮게 보였고, 몸을 뒤척일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죠. 형광등 빛이 가려져 대낮에도 방은 밤처럼 어두웠습니다. '잠은 잘 오겠네.' 처음 침대에 누웠을 때 한 생각이었어요. 어렸을 때 언니와 2층 침대를 썼던 기억이 떠올라 묘한 향수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는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가구가 놓인 2인실에도 살아봤고, 직사각형의 긴 방 중간에 커튼을 쳐서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고 한 2인실 방에서도 살아보고, 운 좋게 몇 달 간 2인실을 혼자 독차지 해보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얻은 '자기만의 방'

그렇게 몇 년을 다인실에서 떠돌다 보니 어느 날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나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


무조건 1인실로 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이사를 감행했습니다. 처음 주어진 1인실은 전에 쓰던 다인실보다 훨씬 좁았지만, 문을 닫고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고요함.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라는 안도감과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는 내가 춤을 춰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구나.'


그저 책상에 앉아있고, 침대에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베시시 웃음이 났습니다. '이 방값 벌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일 열심히 해야지!'

그 후로 저는 다시는 다인실로 돌아가지 못했고, 쭉 1인실을 고집하며 살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그토록 강조했던 '자기만의 방'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쉐어하우스에서 제대로 배운 셈입니다. 아무리 공간을 나눠 쓰는 쉐어하우스라도, 우리에겐 손바닥만 한 '나만의 쉴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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