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를 정의해볼까요? �

룸메이트 개론학 프롤로그

by 최가을



셰어하우스에 산다면, 새로운 룸메이트를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같은 방을 쓰든, 바로 옆방에 살든, 매일 아침 같은 현관문을 나서는 누군가가 생기니까. 내가 셰어하우스에 꽤 오래 살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사람마다 생각하는 '룸메이트'의 정의가 정말 다르다는 사실이다.


� 유형 1: 우리는 '현관문'만 공유하는 사이


어떤 친구들에게 룸메이트는 말 그대로 '현관문'만 공유하는 사이다. 같은 집에 살긴 하지만, 옆에서 뭘 하든 1도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이다. 부엌, 거실, 화장실에서 스치듯 마주쳐도 거의 투명인간처럼 서로를 대한다. '아, 누가 쓰고 있네? 그럼 난 나중에 써야지.' 딱 이 정도의 생각만 할 뿐, 상대방에 대한 궁금증은 전혀 없다. 옆방에서 파티를 열어도, '나한테만 피해 없으면 OK!' 하는 식이다. �


이런 경우엔 서로 부딪힐 일이 없어서 편하기도 하지만, 인사를 건넸는데 못 들은 척 지나갈 때면 '이건 좀…' 싶어서 씁쓸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도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다 보면, '혹시 내가 아예 안 보이나?'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가장 극단적인 '유령형 룸메이트'가 아닐까 싶다.



� 유형 2: 베프 찾아 하우스에! 인싸 룸메이트


또 다른 극단에는 정반대의 친구들이 있다. 바로 베스트 프렌드를 만들러 온 것 같은 '인싸형 룸메이트'다! 정말 극단적인 경우에는 "우리가 이 집에서 만난 건 운명이야!"라고 말하는 운명론자도 있었다.


늘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이 친구들은 어느새 거실의 터줏대감이 되어 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집에 들어오는 모든 룸메이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오늘 하루 어땠어?"라며 자연스럽게 수다를 시작한다. 그러다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면 거실은 금세 수다 파티장으로 변한다. 배고프면 다 같이 음식을 시켜 먹는 건 기본이다! 마치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한 장면처럼, 우리가 상상하는 '즐거운 쉐어하우스 라이프'를 제대로 실현하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다른 룸메이트와 한번 사이가 틀어지거나, 매일 밤 거실에서 벌어지는 파티가 누군가에게는 소음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관계가 껄끄러워지면 집 전체의 분위기가 싸-해지고, 결국 모두가 피곤해진다. 좋은 관계가 끝까지 가면 정말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를 더 많이 본 것 같다.



� 유형 3: 선을 지키는 평화주의자 (대부분의 우리!)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두 극단적인 유형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기왕 한집에 살게 됐으니 잘 지내면 좋지!" 하는 마음과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지!" 하는 마음을 둘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인사는 잘 나누지만 나만의 시간은 꼭 필요한 사람, 베프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같이 밥 먹고 힘든 일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길 바라는 사람 등등. 이처럼 머릿속에 그리는 이상적인 룸메이트 관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이 보이지 않는 선을 서로 존중해 주는 게 쉐어하우스 평화의 핵심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허용 범위가 넓은 편이다. 서로 인사 잘하고,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잘 지내자는 주의다. 그러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면 연락처도 주고받고 밥도 같이 먹는다. 하지만 매일 같이 놀거나 MT처럼 술을 마시는 건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타입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아, 이 친구는 이 정도를 편하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금방 알게 된다. 쉐어하우스에 오래 살다 보면 상대방에게 맞춰 관계의 거리를 조절하는 요령도 생긴다.


혹시 쉐어하우스 입주를 생각하고 있다면, 한번쯤 미리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바라는 룸메이트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나는 어느 정도의 친밀감을 원하는지를 말이다. �

keyword
이전 06화쉐어하우스 어느 방에 살아야할까? 1인실 vs 다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