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빨에 속지 말자! 좋은 쉐어하우스 방 고르는 법

by 최가을

처음 쉐어하우스 방을 고를 때, 사람은 착각한다.
"와... 여기 완전 넓고 햇살도 좋고 깔끔하잖아...?"
응, 아니야.


사진은 거짓말을 하고, 인간은 속는다.

광각 렌즈 하나면 방이 펜트하우스처럼 보이고,
집 구조는 영화 트레일러처럼 좋은 부분만 나온다.
게다가 사진 찍을 땐 집주인이 5년 치 청소력을 몰빵해놨을 확률이 높다.


실제 입주할 때는?
뒷목 잡을 준비를 해야 한다.

광각빨, 구조 미노출, 청소빨 —
이 세 가지 콤보를 뚫고 진짜 집을 찾아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사진은 거짓말을 한다


어느 날, 아주 깔끔해 보이는 쉐어하우스를 발견했다.
사진은 좋았다. 넓고 밝고 깨끗했다.
그래서 나는 속았다.


내 방은 원래 아파트 거실이었다.
거실에 가벽을 세워 방처럼 만들었는데, 문제는 거실이 방이 되면서 베란다 통로까지 봉인해버렸다는 거다.
집 전체가 환기도 안 되고, 햇빛도 안 들어오고, 공기는 매캐했다.


살다 보니 알겠더라.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식물도 숨 막혀 죽겠다.'

또 다른 집은 더 대환장 파티였다.


거실에 큼직한 선반이 있어서 짐 놓기 좋아 보였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보물섬이었다.


잡다한 물건이 천장까지 쌓여 있었고,
'이건 곧 정리되겠지' 했던 나는 순진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짐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었다.


룸메들과 친해지고 나서 물어봤다.

"혹시... 저 짐... 네 거야?"
"아니...? 네 거 아니었어?"
"아닌데...?"


아무도 주인이 없었다.


이사 간 사람들이 던져놓고 도망간 짐이었다.
집주인에게 요청해서 쓰레기차를 불러달라고 해서, 하루 반나절을 룸메들과 함께 싹 치웠더니
1톤 트럭 한가득.


진심, 내 짐보다 10배는 많은 듯.
"내가 이삿짐센터였냐고."




좋은 쉐어하우스 방 고르는 꿀팁


그래서 좋은 쉐어하우스 방 고르는 방법이 뭐냐고?
어떤 요건들을 유심히 봐야 하는지 딱 정리해주겠다.


사진은 감상용, 평수는 숫자로 파악하기
작은 방이면 그냥 작은 방이다.
넓어 보이는 건 렌즈 탓이다. 잊지 말자.


공용공간 청소 상태 = 집 성적표.
청소 담당이 누군지, 입주자가 어느 정도 청소해야 하는지 꼭 물어보자.
(청소하다가 혼자 집주인 되는 기분 들 수 있다.)


창문 방향 체크는 나침반으로.
햇살이 아침에만 쏟아지다 10분 만에 사라질 수도 있다.
(햇빛은 고마운 존재다. 비타민 D!)
비슷한 가격이라면, 기왕이면 해가 들어오는 방이 좋겠죠.


냄새 맡기.
헌집 냄새, 하수구 냄새, 식당가 냄새...
사진은 향기를 못 담지만, 내 코는 못 속인다.


월세 너무 싸면 "뭔가 있다" 생각하기.

귀신, 벌레, 층간 소음, 냄새... 뭐든 하나는 있다.


낮+밤 동네 둘 다 체험하기.
낮에는 공원 같아도, 밤엔 술판 도시가 될 수 있다.




결국은 부딪히면서 배운다


방을 고를 때,
조금이라도 뭔가 수상하면 꼭 체크하고, 꼭 물어보자.

그리고 세상에 완벽한 집은 없다.


중요한 건, 내가 그 단점을 견딜 수 있느냐 다.

(예를 들어: "수납장이 작다" → 옷을 줄이자.
"역까지 15분" → 운동한다고 치자.
하지만 "하수구 냄새 진동" → 그냥 탈주각. 이건 못 참아!)


이렇게 이야기하니 하나의 에피소드가 하나 더 생각이 났는데...

코로나 시절에는 방 구경도 못 하고 사진만 보고 이사했었다.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화장실 하수구에...
거대한 머리카락 똬리를 보고 세상이 멈췄다.


그때는 진심으로,
'내가 진짜 이걸 치우려고 여기 왔나' 싶었다.
회사 측에 청소비 요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런 다양한 집을 거쳐가다 보면, 점점 무기가 생긴다.


눈치, 코치, 감각.
그러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한 번 실컷 부딪혀보자.


내 집은, 내가 결국 제일 잘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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