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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zue Jan 10. 2023

고양이처럼 홀로 살아가고 싶은 소립자들에게 쓰는 편지

당신은 고양이같아서 사람을 멀리 한게 아냐, 홀로 아름다워지는 방법들


01

경직된 오렌지색 고양이는 누군갈 쳐다본다. 시큼하고 바삭한 레몬 타르트를 집어 먹는다. 따슨 햇볕이 쬐어 달구어진 벤치에 앉아본다. 시간과 함께 죽어가듯 호흡을 가눈다. 그러다 밤이 되면 조용한 공원과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걷는다. 뜨거운 찜찔방으로 향한다. 사우나가 싫다면, 붉은색 담뇨를 덮고 카페에서 앉아 있는 날 보는 동시에 챙겨온 책 몇권을 짚어 읽는다. 택시를 타고 불이 꺼진 집으로 들어 간다. 또다시 따뜻한 이불속으로 몸을 뉜다.



안도감이 드는 순간, 세찬 소나기는 내리고 만다. 비를 맞은 내게 카페 주인은 새로 만든 메뉴를 내게 건넨다. 왼쪽 편에는 자주 보던 외국인이 보인다. 살짝 눈썹을 올려다본다.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노트북을 켠다. 누군가에게 디엠이 왔다. 하루 이틀이 지났고, 2주가 지나도록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외국인 남성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군인 생활을 하는데 나의 글이 위로가 된다고 했다. 괜찮다면 계속 대화를 하자고 했다.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대화는 이어졌고, 그가 어느날 부상을 입었다. 병실 옷을 입은채 한쪽에는 목발을 집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다. 나는 위로의 글을 계속 남긴다. 분명 몇문단의 위로의 말이나 생기발랄한 이모티콘이 그의 상황을 좋게 만들진 못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떤 날. 한국으로 내게 선물을 보내겠다고 했다. 다친 대신, 장관으로부터 포상금을 받았는데 그 일부인 3퍼센트를 내게 주고 싶다고 했다. 당신은 이미 가족들에게 허락을 이미 받은 상태니, 내게 주소를 불러 달라는 말이었다.




02.


여러분들은 알 것이다. 한국인들보다 외국 사람들이 더 많이 마음을 열어 두고 있다는 걸. 그리고 유럽사람들은 여유있는 특유의 감성으로 사람의 감정을 녹인다. 가장 좋은 사람은 늘 어딘가 존재했다. 가장 독립적이면서 소박한 감성을 가지면서도 섬세하게 짐작 가능한 외국인은, 내가 만난 몇 명의 외국인 중 일본인인 ‘다가미’라는 이름을 한국에서 쓰고 사시는 할머니 였다. 다가미는 내게 말했다. ‘혜수상 노. 아노. 겉으론 약해보이지만 굉장한 힘이 느껴진다. 회사에서 불만없이 묵묵히 이겨낸다. 엄청난 힘이다. 그 점이 훌륭하다.(一見弱いようだが、すごい力が感じられる。会社で不満なく黙々と勝ち抜く。途方もない力だ。その点が素晴らしいです)’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다가미상은 나이가 68세였다. 남편이 한국인이었고 한국에 산지는 50년이 넘었는데, 유관순을 존경한다며- 삼일절전날 회사 식당에서 ‘유관순 만세’를 외쳐 주변 직원들에게 웃음을 주고 만 일본 할머니였다. 나는 버릇이 없어서 당시 ‘다가미 상’ 다가미 상‘ ’다가미상노 오모시로이? 이이데스네!“ 하며 몇 개 아는 일본어로 친분을 쌓았었다. 음. 그때 회사 주변의 새끼고양이들에게 점심시간이 끝나면 꼭 사료를 챙기려 숨겨둔 사료 박스로 향했던 그녀의 뒷모습도 떠올랐다.







03.

나는 찌는 여름을 좋아한다. 땀이 줄줄 새는 그 차가운 촉감은 꼭 시원한 소나기를 맞는 듯해서 아름답다. 당신도 여름의 장마철을 떠올려 보라. 한번 쯤은 부러진 우산을 어쩌지 못해 버릴까 쓰고갈까 고민을 할 것이다. 나는 비가 올때가 되면 따로 우산을 사지 않는다. 집에 우산이 있다면, 근처 종이 박스를 우산대신 올려 들고 집까지 달려 간다. 여러분들은 어떤가. 기어코 우산을 사겠는가? 아니면 그냥 오늘만 젖어버리자 싶어 박스를 머리 위로 가린 채 걷겠는가?






갑자기 빗물로 변해버린 누군가를 마주친다면 우산을 사는 것처럼 기어코 그 비를 막고 끊을 것인가? 아니라면 나처럼 박스를 집어 옷 일부가 젖더라도 흐르듯이 계속 인연을 이어갈 것인가. 어쨌거나 외국인과 가까워 지는 과정중, 그 사건은 내게 참 힘든 일이었다. 왜냐면 가끔 내게 선물을 주는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서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지면 나는 엄청난 압력으로 도망갈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뭔갈 받는 걸 좀 힘들어 한다. 사실 우리 모두 받는 것들이 부담되는 상황에 있다. 너무 과한 친절을 꼭 고마워하고 행복해야 할 상황으로 단정된다는 것은, 당신도 나도 답답하고 힘들게 만들 것이다. 어쩌면.




04.

그렇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주는 것이 익숙한 사람. 어쩌면 그것으로 행복을 찾는 사람. 하지만 그런 태도는 어떤이에게는 아프다. 하지만 다행히도, 딱딱한 종이는 우산만큼 빗물을 잘 막아준다. 당신의 마음에 빗줄이 들어와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은 욕망이 불쑥 불쑥 들고, 낯설지 않은 이불에 뉘어 잠시 눈을 감게 해주고 싶은 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처럼 나는 솔직하게 그리고 최대한 담담히 거절을 했다. 그 뒤로 대화를 이어갔으나- 나는 그건 언제든지 당신은 주변의 사물로 갑자기 내린 빗물을 막거나, 허기짐에 시식코너를 돌아보는 것도 허락된 나만의 유일한 도망침처럼, 보호받지 않고 초라해지겠다는 이상한 생각이 한편에 지배했음으로 그를 떠났다.







05.

집이 답답한데 사람이 없는 곳을 원한다면.?고양인 언제든 목줄을 끊고 달아나려 하는 것처럼 !



밤이라면 어느 공원이라도 허락되겠지만, 아침이라면 적당히 숲과 산이 보이는 곳으로 향하는 버스를 잡아 타고 창밖을 보고, 어느 낯선 곳에 내려서 당신이 좋아하는 노랠 들으며 걷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그런 것처럼 나는 이후 그에게 장문의 메일로 거절을 몇 번이나 했고, 인연을 잘 끝내고자 애를 쓰며- 완강하고 목소리가 큰 볼륨을 줄이고자 깊게 더 깊게 나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책은, 사람의 말보다 더 많은 깨달음과 정을 준다. 어느덧 어느날 알아버렸다. 당신도 알게 공감하게 될거야. 



굳이 거창한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우리집 주변도 충분히 좋은 경관을 만들어 낸다.고양이들이 멀리 못가듯..!



06.


길 고양이는 죽을 때가 되면 감나무에 감이 떨어지듯 영혼도 떨어진다. 그 시기를 슬퍼할 수 있겠지만, 이별은 예견된 것이라면 ‘그가 내게 계속해서 했던 행동들’은 이별의 결과에 대한 ‘기승전결’의 ‘전’에 해당하는 행위였음은 분명했다. 끌리는 선물은 긴 끝에 독을 값아야 하듯.



사람은 그런 것이다. 마음으로 주지만, 기대 없는 마음은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홀로서야 하는 것이며,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집중과 강력함을 – 그리고 어떻게 외롭고 불안하지 않게 홀로 있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자 글이 길어진 것이다. 당신들의 마음에 어떻게든 가닿고자, 불안한 글실력으로 여기까지 와버렸다. 





밤은 외로울 틈 없이 별처럼 반짝이는 지상의 모든 것들과 파란바다로 물들인다. 찬란한 혼자의 밤산책.




07.


혼자 있는 것. 텐트 안에 조명불을 켜고 전자 히터를 놓는 것. 책을 읽다 저자의 문장에 대화를 거는 것. 그리고 텍스트의 단어를 채집하는 것. 그 모든 어린 시절의 콜렉션 상자들이. 나에게는 온유하며 아름다운 추억이다. 혼자라는 말이, 슬픈 단어는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 혼자 집중해서 뭔가 보고 먹고 하는 모든 행위의 그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는 나만의 추억상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소중한 것일수록 남들에게 들켜버려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대상일 수 있고, 과거일 수 있고, 선물일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특정 습관들일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은 혼자만 알아야 한다.






타인들이 알수없게 해야 한다. 가족일지라도 용납해서는 안되는 특별한 기억들이 있다. 그건 당신의 것이지, 남들을 위해 존재한 건 아냐. 기억해둬. 당신이 보는 모든 지금의 상황은 당신이 주인공이며, 당신이 지킬 권리도 의무도 있다는 것을 ! 그러니 두려워 말고 당신의 조명아래에 계속 남아줘 서툴러도 가는 것, 연극같이..!




08.


어른이 되면, 너무나 어른이어서 세상을 전부 잘 해결하리라 생각했다. 어머니는 똑같은 회사를 30년 이상 다니셨다. “매일이 첫 출근같다”는 말씀을 하고도, 지각하지 않고 꾸준히 일을 하셨다. 그런 어머니의 심정을 모른 채, 나는 철이 없어서 방안에 나를 가둬놓고 걱정이 되어 수시로 전화를 거는 어머니의 군상이 늘 다가가기 힘든 대상이었다. 얼굴을 보이는 날은 드물었고, 시시때때로 외박하는 친언니에게와는 달리 나에게는 유난히도 늦은 귀가나 친구와의 외박, 대학시절 친구들과의 여행이라던가 콘서트 마저도 결사코 못가게 만드셨으니. 내겐 그저 어렵고 무서운 대상이 어머니였으며 한 편으로는 막강한 힘을 지닌 가족의 어머니에게 반항하지 못해 보낸 나의 학창시절들을 생각하면 감정적으로 너무 남는 것이 없었다는 걸.




09.


그것이 나를 고양이처럼 살게 해버렸다.


혼자라는 것은 외롭고 불안하고 자신을 결핍 시킨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게는 그 ‘혼자만의 시간’이 자유였고, 속박으로부터 고요히 집중할 수 있는 철학과 시선들을 상상하게 만들었다고 말하겠다. 그래서 그 시간이 난 좋다. 고단히도 혼자 보낸 학창시절의 속박된 방안에서 그 지독하디 지독한 쓴 고독을 이미 다 소화해 버린지 오랜 이후 친구들과 놀때도 우리집이었다. 달팽이들 역시 집에 은거하듯. 자웅동체처럼 기생하듯. 사랑도 이별도 어쩌면 혼자 거쳐가는 특별한 순간들임을. 그렇게 만드는 역할은 '혼자의 시간을 감당'할 줄 알아야 시간도 걸어가지고, 아름답게 내가 성장해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10.


그래서 였을까. 소설이 유난히 좋았던 이유도, 주인공들은 모두 다 나와 같은 벗어나지 못한 과거의 결핍의 문제로 해결되지 못한 사건의 실마리를 걸어나간다는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큰 터울에서 나를 환영시켰다. 텐트가 누군가에게는 ‘동굴’을 연상시키지만- 나에게는 ‘은하수’를 떠올리게 만든다. 여행보다는 앉아서 활자를 여행하는 편이 더 아름답고 경쾌하며 웅장하고, 고양이마냥 하룰 빨리 시간을 집어 삼켜버린다.


오늘도 글을 쓴다. 책을 읽는다. 반복한다. 이래도 죽어서야 어쩌겠느냐 속상할 수 있는 인생이겠건만 당신이 이 은하수의 텐트 안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껏 적어보았다. 고양이라면 왜 혼자 있어야 했는지도 말이다. 고양이 같은 당신에게 고양이 같은 내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진심을 알리고자 쓴다. 






직접 만들어 혼자 먹는 음식은 아름다운 소화였지만, 시시때때로 게워내게 만드는 당신의 슬픔들이라도.






떨어진 어떤 꽃잎을 보고 아름답다 하지 않겠는가? 당신의 헝클어진 마음도 떨어진 동백꽃 같이 그렇다. 던져 버린 물음들은 흐려지게 시간에 두고 혼자 걸어가 봐야 옅은 색의 동백꽃도 그 아름다움을 소화한다.

시간을 통해 - 그리고 외국인들과 정이든 사람들과 담담히 걸어가는 나의 시간들 처럼 - 당신도 웃으면서 보낼 수 있길. 그리고 새로운 2023년의 필 꽃들 아래 당신들을 떠올려 보라.


당신은 지더라도 다시 아름다워. 떨어진 꽃잎이 야옹 한다. 당신도 야옹한다. 우린 야옹을 산다. 










혼자여도 아름답고, 혼자여서 더 찬란한 당신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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