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뻔뻔하고 우직하고 강하게 자란다. 그 지혜를 엿볼 수 있었던 책
하반기에 만나이 적용에 대해 사람들의 말들이 분분했다. 최근 다리를 다쳐 자주 다닌 재활 센터에서 주사를 3번이나 맞고 약을 처방 받아 먹는 중이다. 의사 선생님께서 10분이상 걷지말라고 하셨다. 이게 무슨 말인가.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저 헬스장 다니는데 그럼 10분도 걷지 못하면 뭘하죠? 일상생활은요?" 그 말에 선생님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 하셨다. "런닝머신은 20분 이상도 안됩니다. 웨이트 하세요."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걷는 동안 왼쪽 발이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한 건 조금 되었다만. 내나이 이제 20- 30대 초인데. 10분 이상을 걷지 말라니. 어머니께서는 "그거 원래 잘 안 낫는다."이렇게 무섭게 또 다른 말을 덧붙이셨다. "평생 절뚝거리기 싫으면 가기 싫어도 병원 가라." 아니. 나는 평소 헬스장을 꾸준히 갔고 먹는 음식도 술도 담배도 안하고. 비타민 루테인 오메가3 칼슘 그리고 기넥신과 홍삼까지 먹는 사람인데. 날벼락이었다. 재활치료를 받고 걸어 나오는데 설움이 북받쳤다. 회사에서도 웬만하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탓도 그랬다. 하지만 이렇게 심해질 줄 몰랐다.
사람은 언제 아파서 언제 소중한 걸 놓치고 갈지 모르는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참에 앉아서 더 집중해서 법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잖아. 일 마치고 거의 8시간을 해도 부족한 법공부. 전반적인 민법 소송법 상법 파산 및 부동산법을 훑어 공부를 했고 소송 적성을 준비했다. 새롭게 개인회생과 송무법률로 세무표를 보면서 등기부 관련 답변서나 진술서를 적는 방법 그리고 채무관계에 관련한 여러가지 진술을 작성하고 공부했다. 어느날은 속도를 조절못해서 새벽에 멀미가 나왔다. 라면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딱히 먹는 것에는 흥미가 없으니 심심하게 마음을 위로할 걸 생각하다. 도서관에 들렀다. 세네카가 아주 고지식하지만 잘 펼쳐지는 이름 모를 책등이 보였다. 책을 펼쳐 들었다.
'『나무처럼 살아간다』 러즈 마빈씀 ' 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옆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리포터 책이 있었다. 문학수첩 출판사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뽑았다. 반대쪽에 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생각'? 책 제목이 기억이 안난다만 프랑스 소설가의 그의 책이 툭 떨어져서, 운명인가 싶어 짚었다. 왼손으로 책들을 들고 테이블로 가려는 찰나- 또 한번 눈에 들어온 '도시의 소음'이라는 긴 책등의 큰글자 도서가 눈에 들어와 집어 들었다. 그렇게 법공부를 하루종일 보아도, 나는 할 일도 딱히 몰랐으니 또 활자를 찾고 있는 노릇이었다. 아마 그 날 (어제) 도서관 사서가 머무른 오후 시간동안 책을 쌓아놓고 미친듯이 쓰고 읽어내리는 날 흥미롭게 생각했을 것이다.
출처 : 『나무처럼 살아간다』저자 리즈 마빈, 출판 덴스토리(DENSTORY), 발매2020.09.25.
표지가 일러스트로 가벼움이 물씬 풍겼다. 책의 서문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금 무언가 자꾸 신경이 건드린다거나 부러진 가지 몇게 때문에 고통스럽다면'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것인가를 저자는 말할 것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 중 문장은 뒤이어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저 당신의 잎사귀에 와닿는 기분 좋은 햇살의 감촉을 다시 기억하고 싶다면' 그 순간? 조건이 많다고 생각했다. 부연의문?이라고 할까. 그 뒤에 무엇을 말할까 시선을 집중했다. '삶에 남긴 타박상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영감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생각했다. 뭘까. 영감? 저자는 이 물음 끝에 영감을 왜 찾길 바란다고 쓴 걸까? 표지에는 '나무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둘러보기를 바란다'라고 적혀있었으니, 저자가 말하는 이 책에 대한 의도나 질의에 대한 충분한 답은 무엇일까 가늠되지 않았다.
왜냐면 서문에 적힌 '영감'이란 단어는 표지에 적힌 '지혜'와는 연결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불현듯 생소하지 않은 책의 물음에 뒤숭숭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들은 답을 구하라고 독자들에게 책을 전해주지 않는구나. 어쩌면 이 책의 목록에 적힌 다양한 나무의 종류에 나는 눈이 갔었다. 몇 글 읽은뒤 아니다 싶으면 접기도 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건, 표지의 일러스트 디자인과 특이한 책등과 호기심을 주는 목록들의 구성이었다.
아프리카 나무의 사교성이라거나 나무의 인내와 미덕, 느릅나무의 도움 건네는 방식, 주변 환경 적응을 하는 밤나무의 성숙해지는 과정과 늘 견고하게 자기답게 자란다는 서어나무의 말까지 내게서는 솔직히 '나무에 대한 설명'보다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공감하고 알고 있는 말들을 어떻게든 '나무와 연결 짓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고, 저자와 그림을 그린 애니 데이비슨이라는 사람이 공동 작업을 한 것으로 짐작해 보건데 - 이 책은 그들만의 차선책으로 씌여진듯한 느낌의 책이었다.
버드나무아래 강둑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우물과 생물들이 자란다고 한다. 혹은 나무는 햇살로 세로토닌을 받는다고 '솔송나무'를 예로 들어 글을 썼는데, 솔송나무와 무슨 관계로 '햇살의 세로토닌'을 담은건지, 차라리 이 속성은 '나무의 공통적인 속성'이기 때문에 서문에 넣는것이 더 낫지 않나? 혹은 굳이 넣지 않아도 '인간 역시 세로토닌을 받기 위해 햇빛을 쬐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터이니 빼는 편이 낫지 않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단점이라고는 책에 대한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무에 대한 설명이라는 것보다는, '동화책'에 가까웠다. 뭐랄까 그림을 중심으로 '책의 미학'으로 흥미롭게 만들기 위함이 목적으로 느껴졌다.
책의 장점은 '나무의 종류'를 다양하게 심어 놓았고, 일러스트들이 아담하고 오른쪽에 싣은 글의 내용의 컬러가 그라데이션으로 되어 있어 예쁘고 조합이 좋았다는 것이다. 펼치기 편하고 주제와 접목이 잘된다는 건 '책의 편집'이 거의 90퍼센트를 해냈다고 생각했다.
기억나는 문장으로는 '다른 곳에서는 엄두도 못낼 곳에서 사는 오리 나무. 그럼으로 '편안한 공간 찾기'였다. 하지만, 전나무가 창의적 나무라는 둥 지혜에 대한 문장이나 삶에 근접해 공감성을 느낄 문장이 별로 없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건 어떻게해서든 '좋은 점'을 찾아내기 위한 행위'도 있어야 한다는 나만의 고집 때문에, 인상이 남는 2 페이지를 적어야 겠다.
<자작 나무> 118페이지
설령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지라도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는 다면
진정한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
나무가 스스로 참 잘했다고 자기등을 두드릴 순 없으니, 참 아쉽다.
자작나무는 빙하기 때부터 자기 일을 정말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빈터가 생기면 가장 먼저 바람을 타고 작디작은 씨앗들을 퍼트려
다른 나무를 위한 기반을 준비하는 나무가 활기 넘치고 우아한 자작나무다.
수명이 8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 나무는
그렇게 자기 할 일을 마친 후 생을 마감하고,
정작 본인은 사라지면서
새로운 숲이 삶을 이어나가는데
만족한다.
감사카드 한장 결코 바란 적 없이
<라일락> 125페이지
빙 크로즈비가 부른 노래 Ai Cent Tehn Ate the Positive 의 유명한 노랫말 처럼
우리는 '긍정을 강조하고 부정은 솎아 내야 한다'
나무에도 주제가가 있다면 라일락은 이 노래를 선곡했을 것이다.
라일락은 좋은 일에 집중하려는 마음가짐이
행복의 길로 들어가는 첫걸음임을 알고 있다.
이 작은 나무는 떄로 척박한 토양위나
오염이 심한 도시 한복판에 서 있기도 하지만
매년 2주동안 심장이 터지도록
활짝 꽃을 피운다
그렇게 피어난 아름답고 촘촘한 꽃송이 들이
수많은 빛과 나비를 불러 모인다.
흔들리는 도시다. 나는 인파가 많은 곳을 싫어한다. 그래서 서점보다 도서관을 좋아한다. 솔직한 사람이 좋다. 나무처럼 환경에 따라 겉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아픈 것을 굳이 나처럼 숨기거나 버티려고 하지 않는 모든 생명들이 좋다. 하지만, 요즘 진실이 진실인지 모를 만큼 감정이 표정에 다 드러나는 것도 모른채 입을 꾹 닫고 사는 사람들이 보인다. 차라리 솔직하면 좋을 것을. 뭐가 그리 어렵고 무섭다고 참고 버틸까. 규칙에 따르는 것도 사회적 인간으로써 이성적인 태도이겠지만 반대로 규칙을 잊은 채 가볍게 사는 편이 더 낫다.
<일상 이야기> *그냥 넘어가도 좋습니다. :)
나는 재활치료를 한 다음 헬스장에 갔다. 어차피 러닝머신을 10분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슬리퍼를 신고 5분만 걸으며 스트레칭을 하기로 했다.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아가씨 다쳐! 운동화 신어!'하는 말씀에 아 귀찮아 하면서 운동활 신고 다시 웨이트를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행복했다. 아주머니와 관절이 아픈 이야기를 하는 2-30대 여자를 상상해보라. 예전에는 생각도 불가능했는데, 요즘에는 모든 어른들과 거리낌없이 소통하는 내가 되었다. 왜 아주머니들은 그리 말씀이 많고, 간섭과 잔소리가 많고, 하물며 나처럼 말수가 없는 어머니도 나만 보면 어떻게든 단점을 찾으려 입을 여는지 알 것만 같았다. 사랑이었다. 나는 계약직 인생이라는 말을 늘 달고 산다. 그런 내게 어머니는 늘 걱정을 하신다. 밥은 뭘 먹고 어디서 뭘하는지. 어머니가 혼자인 것이 걱정되는 건 자식인 나도 같은 마음이라 늘 힘들다.
그것 역시 사랑. 이젠 나도 이사를 가고 혼자 떨어져야 하는데 밤이면 외로워 전활 하시거나 문자로 푸념을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마음이 아파 또 떠나지 못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들었다. 노파심에 이런저런 나에게 걱정의 말을 전하신다. 그렇게 걱정할 만큼 위험한 일을 하지도 않는 딸인데, 늘 걱정이신 거다. 반면 내 입장에서는 훨씬 상황이 나은 어머니의 노후생활에 걱정을 느끼는 것. 늙으면 마음도 몸도 아프고 외로운데, 나는 어머니곁을 떨어져 사는 것이 좀 죄책감이 들때가 있다고 말을 했더니, 더이상 그러지 말라고. 부모가 뭐라든 이제 네 삶을 살라고들 하는데. 퉁명스런 아들마냥 툭툭 거리면서도 내겐 어머니가 참 아프고 고마운 대상이다. 그냥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터키에 후원금을 보냈다. 나도 남말할 상황은 아니지만, '나 상황 어려워서 지금은 안돼'라는 식으로.. 회피하고 싶지 않았다. 타인에게 도움을 줄 충분할 기회를 더이상은 더 회피하고 싶지 않다. 없더라도, 부족하더라도.. '말만이라도- 좋게' 전해주면 좋겠다. 혼자임은 강해서 버티고 사는 게 아니다. 타인으로 부터 적절하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떨어지는 것이다. 서로는 역할극이 아니다. 타인은 자신이 필요해서 찾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돕고 사는 게 '더 현명할 수 있기에' 곁에 두는 것이다. 좋은 말과 마음, 힘을 키우고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강한 자 만이 선을 베풀 수 있고, 선한 자는 입이든 표정이든 어디로든 드러나기 마련이다. 반대로 독을 품은 자는 그것이 의도든 아니든 간에 표정이나 말을 통해 어떻게든 드러난다. 입으로 좋은 말을 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도 나무처럼, 향기가 드러난다는 말이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확증 편향'이다. 이해하고 나면 미워할 것이 줄어들 것이다. 이해하고 나면 더 이상 머리 싸맬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향기가 나는 대로 살아라. 그래도 된다. 삶은 '구워지는 빵'처럼 온도에 의해 자연스레 부풀어지고 눅눅해지는 과정일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