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은 쌍쌍바, 500원은 뽑기, 1천 원은 투자

일상 속 주식 No. 5

by 김세인

학교 앞 문구점은 늘 아이들로 붐빕니다


뽑기 기계 앞에서 두 눈을 반짝거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의 딸과 친구들이죠.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첫 해, 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문구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이의 일주일 용돈 2천 원은 고스란히 뽑기 기계로 들어갔어요.


몇 달을 뽑기에 심취해 있던 아이는 슬슬 시시해졌는지 500원으로 쌍쌍바를 사 먹었습니다. 월드콘은 1천 원이고 설레임은 1,500원. 나름대로 가성비 좋은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나머지는 뽑기에 쓰는 거죠.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저에게 1천 원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엄마, 이건 투자해 주세요.”


아이의 입에서 ‘투자’라는 말이 나오자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제가 투자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나 돌이켜봤죠. 경제에 관한 만화책을 사준 적도 있고 주식과 삼성전자, 투자에 대해 간간이 대화를 나눈 적은 있었습니다.




아이로부터 ‘균형감각’을 배웠어요


인상적이었던 건 아이가 자신이 가진 돈을 분배하는 모습이었어요.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 쓰는 돈과 쓰지 않을 돈을 구분하고 목적을 명확히 하는 일이었죠. 경제교육이랍시고 용돈 기입장과 삼성전자를 들먹이던 저는 오히려 아이에게 균형감각을 배웠습니다.


투자에 눈을 뜬다는 것은 ‘균형’의 중요성을 깨닫는 과정이었습니다. 들어온 돈과 나가는 돈의 비율을 맞추는 일부터 노후를 준비하면서도 현재 누릴 수 있는 일들의 균형을 맞추는 일까지요.


istockphoto-1347455374-612x612.jpg


세 가지 균형을 맞추려고 해요


첫 번째는 예산 편성을 하는 일입니다. 500원은 쌍쌍바, 500원은 뽑기, 1천 원은 투자하는 것처럼 내가 가진 돈을 적절히 분배하는 작업이죠. 각 영역을 해치지 않게 돈의 성격과 영역을 분리하는 일이 균형의 기본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종목을 살지 결정하기 이전에 나의 자산 중에 얼마를 투자할 수 있을지 정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일주일 뒤에 쓸 돈을 투자하게 되면 단기투자를 하게 되니까요.


투자금을 정했다고 해도 한 번 더 경영이 필요합니다.

『사경인의 친절한 투자과외』라는 책에서 카지노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납니다. 한 도박사는 1만 원을 전부 베팅합니다. 다른 한 도박사는 가진 돈을 전부 투자하지 않고 절반만 투자하죠. 이렇게 100번 반복하고 나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 첫 번째 도박사의 자산은 3천 6백 원이 됩니다.


두 번째 도박사의 돈은 얼마가 남았을까요? 2만 7천 원이 됩니다. 베팅액을 조정해서 변동성을 줄이니 결과가 달라지는 거죠. 올인을 외칠 것만 같은 도박사도 현금을 남겨두는 전략을 쓰는데 하물며 주식에 투자하는 우리는 어떨까요.


두 번째는 투자금 내에서의 균형입니다


투자금 내의 균형은 다른 말로 ‘자산배분’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창시자 레이 달리오도 큰 손실을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후에 어떤 경제상황에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게 되었는데요. 이때 탄생한 것이 바로 ‘올웨더(All-Weather) 포트폴리오’입니다.


올웨더 포트폴리오에서는 종목을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관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금을 분산합니다. 주식과 채권, 금, 원자재 등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자산들을 분배해서 손실률을 줄이고 수익률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예요.


실제로 30년간 이 포트폴리오는 최악의 손실이 나도 -3.93%에 그쳤고, 연평균 수익률은 9.72%였다고 합니다.


저도 연 10% 수익률을 우습게 볼 때가 있었는데요. 워런버핏이 54년 동안 복리로 연 평균 23% 수익을 내서 1억이 7조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날, 저는 왜 자산배분을 해야 하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은 마음의 균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죠.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에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가는 것은 더욱이 마음고생할 각오가 필요합니다.


투자를 처음 시작할 때는 통곡물을 먹는 것처럼 거칠게 느껴질 거예요. 주식시장의 회오리바람에 휩쓸려보기도 하고 감정의 동요를 겪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과정이 필연적이지 않을까요.


저도 예전엔 오전 9시에 사서 오전 10시에 매도하기도 하고, 시세창도 보기 싫을 때는 핸드폰을 두고 산으로 향하기도 했어요. 마음고생을 자초하는 투자 마인드를 갖고 있었거든요.




1천 원 넣으면 2천 원이 나오는 요행을 기대하기보다 복리와 함께 천천히 늘어날 자산으로 투자에 접근하면 어떨까요? 주가 그래프가 우상향하기를 바라지만 말고 나의 경제 관념과 균형감각도 키워보는 거예요.


이제 3학년이 된 아이는 돈이 생기면 3분의 1은 쓸 돈으로 지갑에 넣어두고 3분의 1은 저축합니다. 나머지는 저에게 건넵니다. “엄마, 이건 투자”라고 말하면서요.


3천원 주면서 포스는 회장닙입니다.

6학년쯤 되면 투자보고서를 작성해서 보고하라고 할까봐 무서워집니다.



*위 글은 경제뉴스레터 UPPITY 어피티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www.uppity.co.kr UPPITY 어피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헬시 플레져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