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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별송이 Oct 18. 2023

시>빨간 구두

청년 시절 썼던 시를 다시 끄집어내어 손질해 보았습니다.



빨간 구두


쇼윈도 빨간 구두에 눈을 맞춘다

플래카드에 숨어 있던 검은 새 한 마리

먼지 물고 옷깃 속을 파고든다

눈부신 빛깔 탓에 깜박 잊었다

길을 걸을 땐

가슴 속 둥지를 비우며 가야 한다는 사실. 


오래된 노래를 불러본다

모든 길의 끝에, 속눈썹 모양 갈래길들이 모이는 곳에

잿빛 강물이 기다려

빨간 구두는 그 물살 훌쩍 뛰어넘을

날개 달아주지 않아

새싹 움트는 소리에, 갓난아기 울음소리에 바스러지고 마는

발자국만 무수히 새길 뿐이지. 


검은 새는 어느새 갈빗대에 내려앉아 깃을 내렸다 


횡단보도를 향해 몸을 돌린다

길은 넓고

햇살은 숨 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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