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무렵 썼던 시를 지금 올려 봅니다.
재기의 순간
보도블록 깨진 틈새로 땀내음이 피어오른다
이 길을 닦으며 울고 웃었을
질박한 인부의 세월이 아지랑이로 떠오른다
여전히 그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타인을 새기며
반듯한 길을 짓고 있을까
고된 노동에 몸이 삭아
투박한 골목길 같은 침대에
새우잠 자듯 누워 있을까
어쩌면 낯선 길, 혹은 몸 바쳐 이룬 길에서 몸소 길이 되었을지도……
고개 숙인 채 다시 발걸음 옮긴다
길의 향기가 게을렀던 나날을 부르고
발밑을 감도는 돌의 기운이
스러지던 삶을 불끈 풀무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