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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별송이 Dec 10. 2023

시>난파선을 바라보며

세월호 참사 때 썼던 시를 끄집어내 손질해 보았습니다. 희생자분들, 유족분들, 죄송합니다...

그리고 우리 삶에서 제발 비극이 없었으면...



난파선을 바라보며



사람이 비뚤어진 세상에서는

나뭇잎도 물밑으로 가라앉는구나

햇빛, 바람, 물과 흙, 땀, 눈물, 희망과 열정,

그리고 사랑으로 빚어낸 저 나뭇잎,

그 반짝이는 생명이 차가운 어둠으로 꺼지는구나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나뭇잎이 떨어진 가지에 쇠못을 박는다

사라진 나뭇잎에 미련을 두는 일은 

뿌리에 대한 범죄라고 하늘에 새긴다

높은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은 

시간은 앞으로 굴러가게 두는 것이 정답이라 부르짖는다     


나그네는 그저 빵 한 조각에 고개를 끄덕이는구나

아이야, 주먹보다 작은 돌은 차라리 우리 집 유리창에 던지려무나     


절뚝거리는 아버지의 눈물이 신문지 속으로 스며들고

어머니의 마녀 같은 몸부림은 텔레비전에 갇힌다

소풍 떠난 파랑새들이 울먹이며 꽃밭으로 내려앉을 때

화려한 철갑 지붕이 이카루스처럼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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