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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별송이 Dec 27. 2023

시>살아남은 자의 슬픔

재난과 재앙이 없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늘 쓴 시입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작은 일에도, 어려움에 닥쳐도 감사하라 배웠지만

안식의 밤을 집어삼킨 불덩이에도 감사하기는

너무 어렵잖아

아홉 개의 생명이 맥없이 스러졌지만

한 개의 생명이 이슬로 남은 것에,

아기를 건지고 한 점 바람으로 날아간 아빠의

불꽃같은 삶으로 사랑의 건재를 되새긴 것에 감사하기는

알몸의 순간처럼 부끄럽잖아     


그럼에도 감사를 손 놓아선 안 된다면

차라리 꿈과 희망을 놓겠어

내일 절대자가 나를 데려간다면

그것에 뜨겁게 감사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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