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재앙이 없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늘 쓴 시입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작은 일에도, 어려움에 닥쳐도 감사하라 배웠지만
안식의 밤을 집어삼킨 불덩이에도 감사하기는
너무 어렵잖아
아홉 개의 생명이 맥없이 스러졌지만
한 개의 생명이 이슬로 남은 것에,
아기를 건지고 한 점 바람으로 날아간 아빠의
불꽃같은 삶으로 사랑의 건재를 되새긴 것에 감사하기는
알몸의 순간처럼 부끄럽잖아
그럼에도 감사를 손 놓아선 안 된다면
차라리 꿈과 희망을 놓겠어
내일 절대자가 나를 데려간다면
그것에 뜨겁게 감사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