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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별송이 Dec 21. 2023

시>사슴의 동화

청년 시절 썼던 시를 끄집어내 올립니다.


사슴의 동화     

 


물살도 숨을 죽였다

가지뿔 우쭐대던 사슴의 머리 위

어둠을 베어버리며 별이 날았다

빛의 깃털 한 조각 띄우지 않고

불꽃처럼 사슴의 가슴속을 가로질렀다

타인처럼 바람이 스쳐 가고

사슴의 물그림자가 일렁거렸다

 

흰 새는

가시나무 숲으로 날아갔을까가서

가시에 찔린 채 깃을 내렸을까

 

한껏 살오른 달이 구름 사이로 알몸을 드러내자,

사슴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나 사자는 오지 않았고

나무들은 잎사귀를 물 위로 떨궜다

 

잎이 지지 않는 나무는 물속에서 자라,

흰 새는 그 나무로 날아들지

어디선가 들려온 노랫소리에

사슴은 반짝이며 뿔을 세웠다

물향기 너울대며 미소짓는 달의

배를 가르며,

깊은 곳으로 잠겨들었다

 

모래 위 발자국은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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