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절 썼던 시를 끄집어내 올립니다.
사슴의 동화
물살도 숨을 죽였다
가지뿔 우쭐대던 사슴의 머리 위
어둠을 베어버리며 별이 날았다
빛의 깃털 한 조각 띄우지 않고
불꽃처럼 사슴의 가슴속을 가로질렀다
타인처럼 바람이 스쳐 가고
사슴의 물그림자가 일렁거렸다
흰 새는
가시나무 숲으로 날아갔을까, 가서
가시에 찔린 채 깃을 내렸을까
한껏 살오른 달이 구름 사이로 알몸을 드러내자,
사슴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나 사자는 오지 않았고
나무들은 잎사귀를 물 위로 떨궜다
“잎이 지지 않는 나무는 물속에서 자라,
흰 새는 그 나무로 날아들지”
어디선가 들려온 노랫소리에
사슴은 반짝이며 뿔을 세웠다
물향기 너울대며 미소짓는 달의
배를 가르며,
깊은 곳으로 잠겨들었다
모래 위 발자국은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