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나지 않는 이유는?

by 한씨

오늘따라 어깨근육이 너무 뻐근했다. 그리고 요즘 눈물이 나지 않는다.

나는 괜히 이 두 사실 사이에서 상관관계를 찾아본다.

매일 울고 싶은 심정인데 눈물이 안 나서, 그래서 뭔가 독성물질이 안 빠지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어깨가 아픈 거 아냐?라는 생각 따위를 해본다.


몇 개월간 수영을 많이 해서 내 몸속에 있던 水의 기운들이 다 그쪽으로 가버린 것일까? 진짜로 어느 순간부터는 우는 방법을 잊었다. 어떤 대화를 하다가 가끔 울컥거리는 건 있는데, 그 이상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어떻게 우는 거였지? 그냥 마음을 쫘악 놓아버리면 되는 거였을까? 이런 식으로 더 가면 우울증이라는데, 뭘 또 그렇게까지 생각하나 싶다. 현대 한국인 중에 안 우울한 사람 있냐며.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통 수영을 못했다. 수영할 때 참 좋았는데. 특히 생각이 복잡할 때 수영을 하게 되면, 나의 고민들이 점차 물에 희석되는 것만 같았다. 계속해서 1시간 동안 자유형을 하다가 힘들면 배영을 하고, 그러다가 지겨워지면 평영을 하는데 내 평영에는 절대적으로 추진력이 없다. 그래서 다시 흥미를 잃고 자유형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힘들어서 얼굴이 벌-게 지는데, 이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몸의 피로물질들이 녹아내려지는 느낌이다.


어느 날, 수영을 하면서 울었다. 물안경을 끼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날은 내가 우는 것을 신에게조차 들키고 싶지 않았다. 방 안에서 혼자 울어도 신만은 내가 우는 걸 볼 수 있을 텐데, 물안경을 끼면 그래도 보이지는 않잖아. 그래도 당신은 아셨겠지. 내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 그날의 넓은 수영장 물에 미세한 물방울들로써 섞여 들어가는 과정들을.


나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근데 이제는 뭐, 나아지고 있든지 말든지 상관없다. 며칠 전 친구들과 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로 새게 되었는데, 내가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내 인생에 대해 만족해 본 적이 없다고 하니 내 사랑스러운 친구들은 안타깝게도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이전보다 나의 내면에 대해 더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고, 이것들과 평생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을 어느 순간 받아들이게 되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에서는 알고 보니 '에이미'는 평생 어떤 마녀와 같이 살고 있었다. 나 같은 경우, 그 마녀에게 '너는 가짜야. 너는 내 속에 존재하지 않아.'라고 하며 부정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 그냥 넌 거기 있어라. 나는 나의 갈 길 간다.' 쪽이 나에게는 더 적합한 처방이었다.


모쪼록 이번 주 토요일에는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 들을 수영장에 쏟고 와야겠다. 이 글을 쓰면서 살짝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또 쏙 들어갔다. 지금은 그저 수영을 할 마음에 기다려지고 기뻐졌다.

그렇게 사람은 저마다의 작은 방법들을 강구하며 버티고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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