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알림
「밤의 타이핑 – 브런치에도 미저리는 있다」
1. 밤의 알림
밤 두 시, 조용한 방 안에서 오직 노트북의 희미한 빛만이 내 손가락을 비췄다.
커서가 깜빡이는 소리조차 들릴 듯 고요했다.
그리고 알림 하나가 떴다.
“친애하는 감자 공주님, 당신의 문장은 제 영혼을 흔듭니다.”
처음엔 고마웠다. 글을 읽고 감동했다는 말은 작가에게 최고의 칭찬이니까.
하지만 이 밤중에, 그것도 너무 정제된 문장으로 감정을 털어놓는 모습은 어쩐지 낯설었다.
2. 과도한 친절
그는 매일 댓글을 달았다.
“오늘도 글을 썼군요. 당신이 숨 쉬는 모든 단어가 사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당신과 이 감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처음엔 반가웠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불안이 스며들었다.
한국어의 뉘앙스와는 다른, 번역기를 통과한 듯한 매끈한 문장들.
글에 대한 감상은 없고, 오직 나만을 향한 칭찬뿐이었다.
나는 문학을 하는 사람이다. 글의 표정을 읽는 눈이 있다.
그의 문장에는 온기가 없었다. 너무 완벽한 쉼표와 과장된 어휘는…
사람의 심장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알고리즘 같았다.
3. 언어의 집착
그리고 어느 날, 그의 댓글이 달라졌다.
“카카오톡이나 이메일이 있나요?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둘만의 문장을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순간, 머릿속에 영화 <미저리>의 한 장면이 번쩍 스쳤다.
사랑은 결국 집착이 되고, 집착은 광기가 된다.
그는 내 손가락을 부러뜨릴 수 없지만, 언어로는 나를 가둘 수 있다.
4. 반전 – 브런치의 미저리
나는 단호하게 답글을 달았다.
“저는 결혼했고, 이곳은 사적인 대화가 아닌 글과 마음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문학 속에서만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노트북을 덮으려던 순간, 다시 알림이 울렸다.
“감자 공주님, 타이핑 소리까지 사랑스럽습니다. 오늘도 늦게까지 깨어 계시군요.”
…나는 한동안 숨이 막혔다.
그는 어떻게 내가 깨어 있는 걸 알고 있었을까.
작가의 말
브런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만큼 문장은 정직해야 하고, 사람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글이 무기가 되기도 한다.
과도한 친절과 완벽한 문장, 그리고 보이지 않는 집착.
우리는 종종 그것을 칭찬으로 착각한다.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다만, 문장의 온기가 사라진 순간부터 공포는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