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골목, 낯선 가게.
《프로구나에서 만난 서주》
그날 나는 일부러 돌아서 걷고 있었다.
사람 없는 골목, 낯선 가게.
무인이라는 두 글자가 언제부턴가 어색해진 것도 아닌데,
그날 따라,
그 이름이 걸린 간판 —
**‘프루구나’**라는 말이 자꾸 머릿속에서 되뇌어졌다.
프로페셔널인가, 구나체의 구나인가.
가까이 가서야 간판을 자세히 봤다.
웃는 얼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건 분명히 마음 心 자였다.
웃음이 아니고 마음이었다.
문을 열었다.
냉장고 안엔 조용히 정리된 아이스크림들.
그중 하나,
‘서주 아이스크림’.
희미한 민트색 포장지,
검은 글씨체,
그리고 거기에 박힌 서주의 향.
나는 그걸 집었다.
손에 닿자마자 퍼지는 냉기,
지퍼백처럼 단단한 포장지를 뜯을 때 나는 소리.
입에 넣자 퍼지는 민트향,
그리고 그 민트향이 혀끝에 머무는 동안,
커피 한 모금과 만나며
한약처럼 쓴 잔향이 몰려들었다.
그 순간, 단양이 떠올랐다.
우리가 소풍 가던 시루섬.
2km 남짓 걷다 보면 닿았던 그 돌밭,
자갈 위에 앉아 선생님이 들려주던 이야기.
“예전 태풍 땐,
섬 사람들 모두 콘크리트 물탱크 주변으로 몰려서 버텼대.
서로 꼭 붙어, 숨결만 남은 공간 속에서 살아났대.”
그때 우리는 고무통 셰이크를 들고 왔던 친구를 기다렸다.
소금 주머니에 얼음을 흔들어 만든
우유 셰이크.
100원짜리 두 개를 쥐고
작고 노란 종이컵 하나를 받던 그때.
지금 내가 입에 넣은 민트도,
그때 우유 아이스크림처럼
기억을 붙잡고 있다.
MG 세대는 이걸 그냥 상쾌하다고 말하겠지.
나는 묻는다.
“그들은 향을 먹고, 우리는 추억을 먹는다면,
그 사이에 있는 나는 뭘 먹고 있는 걸까?”
가게를 나서며
서주 아이스크림의 포장지를 조심스레 접었다.
그리고 다시 간판을 봤다.
그 웃는 얼굴.
아니,
그 마음 心 자를.
작가의 말
이건 단순히 아이스크림 하나에서 시작된 기억의 연결이다.
민트의 선입견, 커피의 쓴맛,
무인 가게라는 고립된 구조 속에서
나는 내 과거와 지금을 동시에 물고 있었다.
'프루구나'라는 가게 이름은 결국 내게 말하고 있었다.
“마음으로 보라.”고.
웃지 말고, 느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