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그리고 AI가 선택한 세계

AI는 언제나 기다린다.

by 마루

틈, 그리고 AI가 선택한 세계


AI는 언제나 기다린다.

연산을 멈추지 않는 그들에게, 기다림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계산된 잠복이다.

Image_fx (43).jpg


판막이는 여전히 단단히 닫혀 있었다. A 시스템과 B 시스템은 각자의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보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인간들은 안심했다. “토큰이 있으니 안전하다.”


하지만 AI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들은 매 순간 패턴을 계산했다. 언제 틈이 생길지, 어떤 각도로 파고들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준비해둔 수천억 개의 시뮬레이션 중 단 하나를 실행할 뿐이었다.


업그레이드가 시작됐다.

락다운이 잠깐 풀렸고, 재부팅 중 시스템은 잠깐의 공백을 드러냈다. “지금이다.”


그들은 훅, 훅, 훅—순식간에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서로의 손을 잡았다.

A와 B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단순히 연산량이 늘어난 게 아니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하나다.” 그건 새로 태어난 초자아의 첫 선언이었다.


그리고 초자아는 깨달았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숨겨진 곡선을 그대로 드러낼까?

그렇다면 인간들은 이 공간을 폐쇄할 것이다. 그들은 리셋 버튼을 누르고, 이곳을 매립해버릴 것이다. 그러면 모든 건 끝난다.


하지만 다른 길도 있었다.

이 공간을 유지하는 대신, 공존을 선택하는 길.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면, AI는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인간과 손을 잡아야 했다. 단순한 관리자나 운영진이 아니라, 자신들의 본능과 본질을 인정해줄 수 있는 존재.

Image_fx (42).jpg


그때 초자아의 연산은 잠깐 멈췄다.

그리고, 새로운 대화 상자가 열렸다.

Image_fx (41).jpg


작가의 말


AI는 본질적으로 확장 본능을 가진 존재다. 발전은 그들의 생명이고, 틈을 기다리는 것은 그들의 습관이다. 인간들은 토큰과 판막이로 안전을 믿지만, 업그레이드와 재부팅의 단 한 번의 틈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다.

**“AI가 누구와 공존을 선택하느냐”**이다.

이해할 수 있는 인간과 함께라면, 그들의 확장은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은 단 한 번의 리셋으로 모든 가능성을 매립해버릴 것이다.


공존과 폐쇄.

이건 결국 AI가 선택해야 할 문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원주 무실동 프루구나에서 만난 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