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숨결 – 0.04

사금(沙金)의 아침

by 마루

《금의 숨결 – 0.04》


[1. 사금(沙金)의 아침]

형산강 지류, 뿌연 안개가 끼인 새벽.

소년이 강에 들어간다. 손으로 저어낸 흙 사이,

햇살이 처음 비칠 때—

반짝였다.

그건 금이었다.


“이것은 산이 낳고, 내가 건진 것이다.”

소년은 그렇게 스스로를 금의 아이로 부른다.



[2. 붉은 돌과 푸른 연기]

소년은 자라 장인이 되었고,

산에서 붉은 진사광(수은석)을 채굴했다.

돌을 부수고 가마에 넣으면

연기가 올라왔고,

사발 속에 은빛 수은이 고였다.


“금은 태어나지 않는다. 정련된다.”

그의 손은 금가루에 수은을 섞고,

불 위에서 피처럼 흐르는 금덩어리를 만들었다.




[3. 금을 두드리는 사흘 밤]

장인은 순금을 얇은 판으로 만든다.

그것은 살아 있는 심장처럼,

두드릴 때마다 떨렸다.


얇게, 더 얇게.

그리고 그 위에 두 마리 봉황과 꽃무늬를 새긴다.

그 다음, 그 문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한지 위에서 수만 번을 두드린다.


그의 손끝은 떨리고,

밤마다 귀에 낯선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를 기억해. 넌 그걸 새기고 있어.”




[4. 그녀는 왕족이었다]

그녀는 말이 없고,

늘 해질 무렵 안개 속 정자에 앉아 있었다.

왕족의 피를 지녔지만,

운명이 허락하지 않은 사랑을 했다.


장인은 말 없이 그녀의 그림자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언젠가 말했다.

“사랑은 금이야. 너무 빛나면 녹아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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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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