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처음 본 날
수지성형 선생님 그리고, 소금산에 오르다
1부 — 바다를 처음 본 날
밤 11시 47분.
낯선 블로그의 오래된 글에서 시작됐다. ‘김인구’. 검색엔 잘 잡히지 않는 이름. 제목도 저자도 흐릿한 채로, 문단 사이사이에 단양의 냄새가 묻어 있었다. 단(丹)과 양(陽). 붉음과 볕. 그 조합만으로도 내가 사라졌던 어떤 통로가 열렸다.
그 글을 다 읽기도 전에, 나는 오래된 계단을 내려가 마루 끝에 앉았다. 겨울 끝의 나무 냄새, 보일러의 철 냄새, 문틈으로 스며드는 밤공기. 잊어버렸던 맛이, 낮게, 천천히, 돌아왔다.
국민학교. 상관리.
우리 집은 새마을주택 줄 끝에 붙어 있었다. 앞마당엔 강아지 한 마리, 골목 끝엔 얕은 개천이 소곤거렸다. 개천 건너 과수원은 계절마다 색깔을 바꿨고, 여름이면 매미가 지붕을 흔들었다.
우리 반 담임은 손가락이 오므라든 선생님이었다. 아이들끼리 뒤에서 몰래 ‘조막손 선생’이라 불렀지만, 그 앞에서는 아무도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배구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스파이크를 박았다. 체육시간만 되면 선생님은 한 손으로 토스를 올리고, 다른 손목으로 내리찍었다. 공은 번개처럼 코트 바닥을 쳤고, 우리는 환호했다. 그 손은 작았지만, 공을 박는 소리는 컸다.
그리고 또 하나.
그의 글씨는 명필이었다.
분필을 쥔 손은 작았지만, 칠판 위 획은 크고 단정했다. 이름을 부르며 출석부에 적어 내려갈 때면, 선생님의 어깨와 팔 전체가 글씨가 되었다. 획의 시작과 끝이 마치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 글씨를 봤다. 누군가는 그 글씨를 ‘기도’라고 불렀다.
어느 날, 선생님이 교실 창가를 가리켰다.
“저기 보이지? 저 산. 소금무지산이야. 소금이 묻혀 있다는 뜻이지.”
우리는 웅성거렸다. “진짜요?”
선생님은 미소를 눌렀다.
“들려줄 이야기가 하나 있어.”
선생님이 풀어놓은 전설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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