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2편 – 영춘 소녀와의 마지막 하루
소금산에서 내려온 그날 오후, 단양에서 먼 마을 영춘 공기는 이상하리만큼 투명했다.
아버지는 경찰관 소장님 영춘파출소 근무하셔다.
장독대 사이로 스며드는 된장 냄새, 마당 끝에서 타닥타닥 마르는 고추의 붉은 빛.
그 소녀는 얇은 치마 끝을 두 손으로 꼭 잡고, 마치 바람에 흩날릴까 두려운 듯 서 있었다.
그 눈동자는 맑았지만, 어쩐지 오래전부터 이 마을에 속하지 않은 빛을 품고 있었다.
우린 오래 얘기하지 않았다.
그저 연못 옆 나무 그늘에 앉아, 소금 냄새가 배어있는 바람을 함께 마셨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을까?”
내가 물었을 때, 소녀는 대답 대신 웃었다.
그 웃음은 바람에 실려 사라졌고, 그 순간 어쩐지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 듯했다.
아버지의 말
저녁이 깊어, 집 앞 개울가로 나가니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모깃불을 피워놓고, 느릿하게 연기를 부채질하며 먼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연기 속, 계곡물 소리와 풀벌레 울음이 섞여 들어왔다.
“아빠, 거기 뭐가 있어요?”
아버지는 눈을 떼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
“영춘에는… 네가 아직 모르는 일이 있다.”
그 말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아버지는 잠시 침묵하다, 모깃불에 솔잎 하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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