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야기

by 마루

서울 고궁을 거닐다가 곤룡포 위의 용 문양을 마주한 순간, 나는 각 나라의 용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서양의 용은 무섭고 위협적인 괴물, 중국의 용은 부귀와 권위를 상징하면서도 조금 기묘한 모습이었다. 반면 한국의 용은 왕의 곤룡포에 깃들어 고결한 상징이 되었고, 하늘과 인간을 잇는 온화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 용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기억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을 보냈던 충북 단양 상방 마을. 그곳에는 마당바이라는 큰 바위가 있었고, 아이들은 그 바위 주변에서 맨발로 물놀이를 하며 뜨거운 바위 위에서 몸을 말리곤 했다. 거기서 조금 내려가면 귀신바위라 불리는 곳이 있어 어른들은 늘 조심하라 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몰래 그 근처를 탐험하곤 했지.


마을 중심에는 농협이 있었고, 그 옆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일제시대에 지어진 우화교라는 다리가 있었다. 그 다리는 폭파하려 해도 한 번에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고, 근처에는 딱 공장이 있어서 특유의 냄새가 풍기곤 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신장로를 지나 물이 합쳐지는 합수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개천과 강물이 만나 풍경을 이루었다.


그 합수를 지나 더 내려가면 적성이라는 동네로 가는 길이 있었고, 그곳에서는 배를 타고 건너야 했다. 배를 조종하는 뱃사공 할아버지들은 눈이 작았는데, 내가 그 이유를 묻자 할아버지는 오래된 전설을 들려주셨다.


마을 앞 연못에는 칠성뱀장어가 많았고, 그 연못에서 이무기가 용이 되려다 누군가의 호기심에 머리를 맞고 좌절한 이야기였다. 그 저주로 인해 그 후손들은 눈이 작게 태어났고, 내가 기억하는 친구 영희 역시 그런 전설 속 이야기를 품고 있던 친구였다.


그렇게 이야기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용 문양을 보며 이 모든 추억과 전설들이 우리 삶 속에 겹겹이 쌓여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작가의 말:

이 이야기는 한국의 용이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우리의 추억과 전설, 그리고 삶의 풍경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단양의 실제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 속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지명 및 위치: 충청북도 단양군 상방 일대, 우화교와 주변 풍경은 실제 그 시절의 마을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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