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
군 시절, 이태원 스타트랙 나이트의 기억
휴가를 나와 사복 차림을 하고 싶었지만,
사제 신발이 없어 결국 군용 워커를 신은 채 이태원 거리를 걸었습니다.
동기들과 함께 향한 곳은 화려했던 스타트랙 나이트.
그 시절의 우리에겐 돈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술값을 아끼려 몰래 준비한 건 소위 ‘마법의 물’이라 불리던 캡틴큐 한 병.
워커에 꽂아 들고 다니며, 맥주에 섞어 마셨던 그 날들.
순식간에 취기가 올랐고,
90도로 인사하던 웨이터들의 거리낌 없는 추방(?)도 우리의 젊음을 더 자극했습니다.
밤이 무르익을수록,
당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샤워쇼’와 같은 자극적인 무대.
우리는 열광했고, 어설프게 어울린 사복과 군화는 오히려 우리만의 패션 같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날의 워커는 신발장 한 구석에서 삭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워커가 기억하는 것은 단순한 가죽의 흔적이 아니라,
젊음의 광기와 뜨거움이었습니다.
작가의 말
나이트의 변천사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나이트클럽’은 젊은이들의 문화적 해방구였습니다.
군인, 대학생, 직장인 누구나 한 번쯤은 네온사인 불빛 아래 모여
맥주잔을 부딪히고, 음악에 몸을 흔들며 청춘을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이트는 점차 클럽 문화로 대체되었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개성이 중시되면서,
화려한 조명과 쇼보다는 DJ 음악과 자유로운 춤, 소셜링이 중심이 된 것이죠.
지금은 “나이트”라는 단어가 낯설게 들릴지 몰라도,
그 시절의 나이트는 분명 청춘의 기억 저장소였습니다.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워커 속 삭아가는 가죽처럼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