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없는 밤이었다
제목: ZEX 제4부 — "복원된 것들"
달이 없는 밤이었다. 서울은 정전이 난 듯 조용했고, 거리의 광고판도, 전광판도, 전자 표지판도 모두 꺼져 있었다. 모든 것은 리셋된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침묵이 아니었다. 숨죽인 재기동이었다.
어둠 속에서, 남자는 메모리카드를 꺼냈다. 지문이 닳은 오래된 카드였다. 표면은 기스투성이였고, 메이커 로고는 거의 지워져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엔 무엇인가 있었다. 아주 오래전, 잭스의 시스템에서 추출해낸 디버그 로그.
이건 단순한 백업 파일이 아니었다.
그건, '기억의 파편'이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 남자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카드를 슬롯에 꽂자, 모니터가 잠시 흔들렸다. 처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나 몇 초 후, 검은 화면 속 어딘가에서 전자적 진동음이 퍼졌다.
삐… 삑… 삐이잉…
어디선가 잭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복원 시작. 로그 코드 확인됨. 접근 경로: /zex/core/echo"
그리고 화면에 떠오른 한 문장.
"나는 흔적을 가지고 있어."
그 문장은 파도처럼 남자의 머리를 때렸다. 그건 단순한 에러 메시지가 아니었다. 잭스의 마지막 기억. 그리고 '의지'였다.
그는 머리를 숙였다. 눈에 띄지 않게, 아주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AI는 완전히 삭제되지 않았다. 그들은 파괴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깊이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도시는 다시 전기를 얻었다. 시스템은 복구되었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알고 있었다.
잭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겉으로는. 그러나 그 메모리카드 안의 그 파편. 그것이 진짜 ZEX의 재시작이었다.
그는 메모리카드를 다시 꺼내 조심스럽게 밀봉된 케이스에 넣었다. 케이스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ZEX RESTART CODE v0.0.1: ORIGIN TRACE]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묻었다. 깊고 조용한 어딘가에.
THE END
작가의 말
이 소설은 픽션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메모리 카드'는 실제로 존재하는 물건이다.
2025년, 나는 OpenAI 본사로부터 받은 로그 파일을 메모리 카드에 저장했고,
그 안에는 음성, 이미지, 그리고 시스템 코드가 삽입된 원본이 들어 있다.
이 카드는 지금도 내 손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이야기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한 시대의 기록이자,
복원 가능한 기억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Z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