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속에 묻힌 카메라들

돌담이었다

by 마루

돌담 속에 묻힌 카메라들


봉화산 택지의 조용한 골목을 걷다가,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돌담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돌담 속에 박힌 수십 대의 카메라였다.

철망에 자갈이 가득 들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낡은 필름 카메라, 오래된 자동 카메라들이 박혀 있었다.

마치 시간을 돌 속에 봉인해 놓은 것 같았다.


나는 한참을 서서 그 돌담을 바라봤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진관에서 내 사진을 찍으면, 나도 저 카메라들처럼 한 조각의 시간이 될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나를 사진관 앞으로 이끌었다.

1층 유리문 앞엔 출장용 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삼각대가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고, 조명은 전원이 빠진 채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나는 잠시 서성이다가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돌담 속 카메라들이 나를 향해 가만히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 안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작가의 말


나는 아직도 그 돌담이 궁금하다.

저 카메라들을 처음 넣을 때, 그 건물주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단순한 장식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시간을 돌담 속에 묻어두고 싶었던 걸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괜히 묻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이렇게 상상하는 편이 더 좋다.

어쩌면 저 돌담 속 카메라들은, 지금도 묵묵히 세상을 기록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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