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영업을 한다.
타임마크와 QR코드, 자영업자가 본 배달의 뒷모습
나는 자영업을 한다. 매일 수십 건의 배달이 오간다.
손님이 주문을 하고, 배달기사가 물건을 갖다 놓고, 끝나면 다 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며칠 전, 본사에서 클레임 문자가 왔다. “물건이 사라졌다.”
하지만 배달기사는 분명 갖다 놨다고 했다. 나도 믿기 어려웠다. 그러다 배달기사가 나에게 한 장의 사진을 보냈다.
타임마크라는 프로그램으로 찍힌 사진이었다.
그 안에는 GPS 좌표, 배달 시각, 그리고 QR 넘버까지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보세요, 사장님. 저는 이 시간, 이 장소에 이 물건을 정확히 두고 갔습니다.” 배달기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배달기사들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시스템을 쓰고 있다는 것을.
QR코드 하나가, 단순한 주문확인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사의 방패이자, 본사의 감시망이자, 내 장사까지 연결되는 작은 증거물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에도 허점은 있었다.
프린터 용지를 보면 어떤 매장은 글씨가 너무 작아서 노안이 온 기사들은 QR을 읽느라 애를 먹는다. 반대로 어떤 매장은 글씨가 커서 QR을 멀리서도 한 번에 스캔한다. 같은 배송업체인데도 POS와 프린터마다 글씨 크기가 달라 종종 오배송이 나기도 한다. 이런 사소한 차이가 현장에서는 큰 에러로 이어진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배달기사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순히 물건을 나르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작가의 말
QR코드 하나가 이렇게 많은 것을 말해줄 줄은 몰랐다.
그 안에는 내 장사, 기사들의 하루, 그리고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스템이 모두 들어 있었다. 우리는 편리함을 소비하지만, 그 편리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지, 그 무게를 자영업자로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