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
코끝을 찡하게, 추억을 깨우는 새우깡 와사비맛
봉지를 뜯는 순간, 바삭한 소리와 함께 코끝을 찌르는 와사비 향이 먼저 스며든다.
첫 알싸함이 혀끝을 스치고, 이내 바삭거리는 식감이 고소하게 이어진다.
입안 가득 번지는 짭짤한 풍미는 곧장 코로 올라와 찡한 울림을 남긴다.
손가락 끝에 남은 과자의 가루, 봉지 안에 은근히 밴 기름내마저도 낯설지 않다.
오감이 동시에 깨어나는 듯한 순간, 나는 오래된 기억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봄 소풍, 고등학교 소풍 수학여행 운동장
봄 햇살 아래 교복 치마자락이 바람에 나부낄 때, 도시락 가방 한켠에는 늘 새우깡이 있었다.
김밥을 나눠 먹고 난 뒤, 친구들과 봉지를 뜯으면, 그 바삭한 소리가 운동장 가득 메아리쳤다.
수학여행 밤, 숙소에서 몰래 모여 앉아 새우깡 봉지를 돌려 먹으며 수다를 떨던 기억.
짭짤한 새우깡에 사이다 한 모금, 그것이 고등학교 시절 우리만의 작은 호사였다.
군대의 밤, ‘새우깡’와 함께 선양대병의 추억
훈련이 끝난 밤, 생활관에선 가끔 ‘깡새우’라 불리던 새우깡이 등장했다.
말라버린 입안에 바삭한 과자가 들어올 때, 소금기와 고소함은 단순한 맛이 아니었다.
고단한 하루를 달래주는 작은 위로, 동기들과 웃으며 나누던 ‘깡’ 한 줌이 그때의 가장 큰 호사였다.
새우깡은 그저 과자가 아니라, 함께 버티게 해 준 동반자였다.
축구장과 술자리
운동 경기 응원석에서도, TV 앞에서도, 새우깡은 빠지지 않았다.
손에 쥔 과자가 소리와 함께 부서질 때, 그 짭짤함은 골 세리머니의 환호와 어우러졌다.
맥주잔 옆에 새우깡, 소주와 함께하는 밤에도 새우깡은 늘 자리를 지켰다.
서민의 술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안주였고, 가장 친근한 친구였다.
오늘, 와사비와의 만남
이제는 새우깡이 변주를 시도한다.
와사비의 알싸한 맛이 더해져, 맥주 한 모금과 만나면 코끝이 찡하게 열리고,
목을 타고 내려가며 시원하게 풀린다.
짭짤했던 추억의 새우깡이 오늘은 새로운 얼굴로, 조금 더 어른스러운 맛으로 다가온다.
작가의 말
1971년 처음 세상에 나온 새우깡은 반세기 동안 한국인의 곁을 지켜온 국민 과자였다.
학교의 교실에서, 수학여행의 숙소에서, 군대의 생활관에서,
그리고 술자리의 소박한 안주로 늘 함께해온 이름.
오늘 만난 와사비맛 새우깡은 그 오랜 역사에 새로운 맛을 얹은 작은 실험이다.
추억의 바삭함 위에 알싸한 현재를 더해, 우리는 또 한 번 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