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나는 늘 떡국 앞에 앉았다.
하얀 국물 속에 얇게 썬 가래떡이 동전처럼 떠 있었다.
그릇 위에는 노란 계란지단과 검은 김가루가 살짝 흩뿌려져,
마치 흑백 사진 위에 남겨진 색의 흔적처럼 보였다.
떡국을 앞에 두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숟가락을 뜨는 순간, 그건 단순히 국물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오늘부터 넌 한 살 더 먹는다.”
국물은 따뜻했지만 그 안의 의미는 묵직했다.
한국의 떡국은 절제된 아름다움이었다.
색은 단정했고, 맛은 담백했으며, 그릇에 담긴 의미는 분명했다.
그건 한국인 특유의 정서, 질서와 규율, 겸손과 절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음식이었다.
몇 해 전, 베트남에서 설을 맞았다.
시장의 새벽은 늘 분주하다. 오토바이의 경적 소리가 교차하고,
상인들의 외침이 뒤엉켜 리듬처럼 울린다.
그 속에서 나는 커다란 찜통을 발견했다.
뚜껑을 열자 흰색과 붉은색의 찹쌀밥이 절반씩 나뉘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김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구수한 쌀 향이 공기 가득 번졌다.
한 여인이 그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손놀림으로 찹쌀밥을 작은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았다.
손님들은 오토바이를 잠시 세우고, 따끈한 봉지를 받아들고 다시 길 위로 달려갔다.
그들의 손바닥에는 단순한 밥이 아니라, 하루를 살아낼 힘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여인을 오래 바라봤다.
그녀는 밥을 팔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당신의 하루가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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