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김밥이 나를 위로했다

남부시장 위쪽, 골목의 작은 발견 김밥

by 마루

한 줄의 김밥이 나를 위로했다


남부시장 위쪽, 골목의 작은 발견


어쩌다 이 길로 들어섰는지는 잘 모르겠다.

남부시장 어귀, 햇볕이 내려꽂히던 늦은 오전.

시장 특유의 기운과 냄새, 사람들의 분주한 말소리를 지나

조금은 무의식처럼 걷고 있었다.


배가 고팠고,

햇살이 나를 누르고 있었고,

내 안의 말 없는 무언가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그때,

노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즉석김밥나라 남부점.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그 간판 앞에서

나는 멈췄다.

아무런 이유도, 계획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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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 줄이요.


말이 참 좋다.

한 줄의 김밥.

무언가 시작하는 문장처럼.

길고 말린 시간 속에서

한 줄쯤은 내 몫이겠지.


계산을 하려 하자

가게 아주머니가 말했다.


3,500억이요.


순간 웃음이 났다.

어우, 그렇게 비싸요?

이거 먹고 열심히 벌어야 3억 5천은 벌 텐데요.


아줌마는 소리 내어 웃더니

작은 요거트 한 병을 건넸다.

그건 그냥 유산균 음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건네진 유쾌한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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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밥을 들고 나와

그늘도 없는 길가에서

손에 들린 호일을 바라보다가

괜히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 안에는 허기와 여유,

햇살과 김밥,

그리고 ‘어쩌다’가 만들어준

하루의 이야기 하나가 들어 있었다.


한 줄의 김밥.

그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오늘 내가 이 도시에 남긴,

가장 짧고 가장 아름다운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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