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의 쓴맛은

외면된 욕망

by 마루

[단편 소설] 박카스의 쓴맛은


1. 외면된 욕망


그 말이 터진 순간, 온몸에 찬란한 전율이 스쳤다.

"저 군인 아저씨, 외롭지 않아요?"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날카로운 직감이 있었다.

남자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제가... 돈이 없어요."

생뚱맞은 변명.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외로움을 사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

그리고 욕망을 부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2. 집착처럼 남은 감각


며칠 후, 남자는 술에 취해 원주 역전 근처의 낡은 골목으로 걸어갔다.

오래된 집장촌.

군복 위로 바람이 스쳤고, 그는 흐릿한 네온을 향해 몸을 맡겼다.


3만 원.

그는 여자의 손에 돈을 쥐여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여자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깊은 키스를 했다.

그리고 속삭였다.


"가슴… 만져봐요."


그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손끝에 딱딱한 응어리가 느껴졌다.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 오래 못 살아. 여기에 딱딱한 돌이 생긴대."


그는 키스를 받으며 얼어붙었다.

입은 감각을 느끼고 있었지만, 몸은 차가운 공포에 떨고 있었다.


3. 박카스의 쓴맛


그는 결국 뿌리쳤다.

"죄송합니다. 그냥… 나갈게요."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여자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이거라도 마셔요. 그냥 가면 아깝잖아. 3만 원 냈는데."

그녀는 박카스 한 병을 손에 쥐여주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병뚜껑을 따고,

그것을 입에 털어 넣었다.

쾌락과 죽음이 혀 위에서 녹아 섞였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은 이상하리만치 쓰디썼다.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 웃음은 체념이었다.

감정도, 욕망도, 생존도.

모두 어디론가 녹아 사라지는 것 같았다.


4. 남겨진 응어리


그날 밤, 그는 막사로 돌아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천장에는 그녀의 그림자가 비쳤고,

그림자 속엔 딱딱한 응어리가,

자신의 심장 속으로 옮겨온 듯했다.


다음 날, 그는 다시 그 골목을 찾았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앞에는

빈 박카스 병 한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세 장을 꺼내, 조용히 문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흐렸다.

입안에 남은 단맛과 쓴맛의 잔향이

그의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작가의 말

나는 이 이야기를 쓰며, 한 병의 박카스를 오래 응시했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단지 에너지 음료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기 위한 의지의 약,

혹은 죽음을 유예시키는 따뜻한 거짓말이기도 하다.


그녀는 몸을 팔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마지막 체온,

가슴에 남아 있던 마지막 생의 징후를 건넸다.


그는 그것을 받아 마셨고,

되돌릴 수 없는 감각 속에서

3만 원을 내려놓았다.

그것은 '값'이 아니었다.

사과이자 위로이며, 아주 조용한 부활의 제의였다.


이 이야기는, 돈이 오가는 가장 낡고 추운 장면에서조차

누군가의 존재가 누군가의 생을 흔들 수 있다는 걸 믿고 싶었던 나의 고백이다.

한 병의 박카스,

그 쓴맛 너머의 눈빛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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