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조각을 반으로 꺾자,

두바이초코랫

by 마루

늦여름의 저녁, 편의점 조명의 흰빛이 유리 진열장에 번졌다.

초콜릿 한 조각을 반으로 꺾자, 피스타치오 크림이 봄빛처럼 번져 나왔다.

혀끝에 닿는 첫인은 고소함, 그 다음엔 카다이프가 내는 사각거림이 귓속을 간질였다.

달콤함이 미각을 풀어놓는 사이, 나는 이 작은 조각이 두바이의 어느 공방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2021년, 두바이의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에서 한 젊은 파티시에가 만든 피스타치오 크림 초콜릿. 그 이름은 멀리서 왔지만, 입안에서 녹는 감각은 지금 이곳, 내 하루의 한가운데였다.

바람은 종종 이야기의 속도를 높인다. 한 인플루언서가 초콜릿을 베어 물고 흘러내리는 녹색을 보여준 짧은 영상은, 파도가 밀려들 듯 피드를 뒤덮었다.

그 장면이 내겐 소리까지 있었다.

초콜릿이 ‘딱’ 하고 부서지며 만드는 얇은 균열음, 이어지는 크림의 미끄러짐. 그 뒤로 수많은 팔로워들이 같은 장면을 재현했고, ‘두바이 초콜릿’은 갑자기 세계의 입과 손에 쥐어졌다.

한국의 밤에도 그 영상이 연달아 재생되었다.


초콜릿의 속살은 단순하지 않았다.

피스타치오 크림의 농후함과 카다이프의 실 가닥이 내는 공기층, 밀크초콜릿의 유연한 단맛이 혀 위에서 층을 만들었다.

이 낯선 조합은, 사실 두바이의 디저트 상상력이었다.

피스타치오 버터의 기름진 질감과 카다이프의 메마른 결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대비, 그것이 많은 이들에게 ‘처음의 맛’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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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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