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호두과자 굽고 영원을 그리는 손: 고령 운용로에서 만난 물방울
고령의 한적한 길목, 운용로 111-1번지 앞. 사천에서의 긴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화려한 이정표가 아니었다. 낡은 벽돌 기둥 위 파란 주소판과 그 곁에 수줍게 걸린 '호두공방'이라는 현수막. 관광지의 소란스러움이 거세된 그 담백한 풍경이 사진가의 본능적인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곳엔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중년의 남자는 붕어빵 틀 앞에 서서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듯 반죽을 붓고 있었다. 달그락거리는 틀의 마찰음조차 조용하게 느껴질 만큼 그의 손놀림은 정교했다. 5천 원에 열 알, 호두과자와 붕어빵을 섞어달라는 나의 요청에 그는 짧은 고개 끄덕임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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