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 굽고 영원을 그리는 손

물방울

by 마루

호두과자 굽고 영원을 그리는 손: 고령 운용로에서 만난 물방울


​고령의 한적한 길목, 운용로 111-1번지 앞. 사천에서의 긴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화려한 이정표가 아니었다. 낡은 벽돌 기둥 위 파란 주소판과 그 곁에 수줍게 걸린 '호두공방'이라는 현수막. 관광지의 소란스러움이 거세된 그 담백한 풍경이 사진가의 본능적인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곳엔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중년의 남자는 붕어빵 틀 앞에 서서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듯 반죽을 붓고 있었다. 달그락거리는 틀의 마찰음조차 조용하게 느껴질 만큼 그의 손놀림은 정교했다. 5천 원에 열 알, 호두과자와 붕어빵을 섞어달라는 나의 요청에 그는 짧은 고개 끄덕임으로 답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마루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26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4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AI가 안내한 골목에서 나는 신발을 벗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