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을 넘어선 시선

by 마루

겹을 넘어선 시선

원주 시내의 한적한 카페, 따뜻한 라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테이블에 앉아 그는 노트북 화면에 몰두해 있었다.

NASA 웹사이트.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드는 그 익숙한 페이지에서, 오늘따라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를 발견했다.

은하와 성운이 뒤엉켜 빚어낸 심연의 풍경, 빛과 그림자가 얽히며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드러내는 우주의 단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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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심히 마우스 휠을 돌렸다.

이미지가 서서히 확대되며, 화면 속 우주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별빛이 점처럼 흩어진 영역은 어느새 세밀한 조직처럼 드러나고, 그 안에서 다시 또 다른 별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더 깊이 들어가자 희미한 빛의 실타래들이 얽혀 있는 게 보였다.

그 빛들이 수억 광년의 거리를 넘어 지금 이 자리까지 흘러왔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쳤다.

순간,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전율이 몰려왔다.

지금 눈앞의 이 빛은 이미 사라진 별의 흔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듯한 아찔한 감각이 밀려왔다.

그는 잠시 화면에서 눈을 떼고 창밖을 바라봤다.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자동차의 흐름, 거리의 풍경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시간의 겹처럼 보였다.

어제는 오늘이라는 겹을 만들었고, 오늘은 또 내일이라는 새로운 겹을 낳을 터였다.

저 멀리 보이는 치악산의 능선도, 겹겹이 쌓인 세월의 흔적일 것이다.

문득,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가 블랙홀 너머에서 시간을 초월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거창한 우주선이나 블랙홀은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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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는 그저 노트북 화면 속 한 장의 사진, 그리고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자신이 우주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서 겹겹이 쌓인 시간을 탐험하는 여행자라고 상상했다.

과거로 돌아가 잊고 살았던 순간들을 다시 만날 수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엿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는 허블 망원경 같은 거창한 도구가 아니라, 단지 한 장의 사진, 그리고 자신의 상상력만으로 우주를 여행했다.

그 안에서 그는 서스펜스와 경이를 느끼며, 겹겹이 쌓인 우주의 시간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얻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는 바로 그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순간에 겹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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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한 작은 단서로도 얼마나 큰 우주적 상상을 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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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도 이 겹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우주를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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