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감자술 아쿠아비트(Linije Aquavit)

감자술

by 마루

노르웨이 감자술 아쿠아비트(Linije Aquavit)


감자술, 두 길 위에 선 잔


노르웨이의 항구에서 출발한 나무통 속 술은, 처음에는 거칠고 투명했다.

그러나 바다 위에서의 시간은 잔혹할 만큼 길고 정직했다.

배는 적도를 두 번 건너며 흔들렸고, 나무통은 뜨거운 태양과 차가운 바람에 번갈아 달궈졌다 식기를 반복했다.

그 모든 변화 속에서 아쿠아비트는 서서히 달라졌다.

허브의 향은 파도에 씻기듯 부드러워지고, 감자의 알싸한 숨결은 나무결에 스며들어 둥글게 다듬어졌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그 술을 “린이에 아쿠아비트”라 불렀다.

바다의 시간을 건너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술. 그들에게는 바다의 항해와 같은 삶의 은유였다.


한편 강원도의 산골, 좁은 부엌에선 감자가 흙을 털고 솥으로 들어간다.

곡식이 귀하던 시절, 감자는 밥이 되고 술이 되었다.

탁주처럼 부드럽게도, 맑은 소주처럼 단단하게도. 투명한 병에 담긴 강원 감자술은 화려하지 않았다.

다만 식탁 위에서 감자전과 나란히 놓여, 기름내와 고소한 향에 어울려 조용히 잔을 채웠다.

바다를 건너지 않았어도, 그 술은 산과 흙, 구수한 저녁 밥상의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나는 그 두 술 사이를 오가며 잔을 들었다. 한 모금의 아쿠아비트는 혀끝에서 바람처럼 쌉싸래하게 터졌다.

눈을 감으면 북해의 파도와 배의 흔들림이 전해졌다.

다시 강원 감자술을 입에 머금자, 기름에 지글지글 부쳐낸 감자전의 고소함이 술의 담백함과 만나 단번에 풀려났다.

바다의 낭만이 아닌, 부엌의 소박함에 취해가는 순간이었다.


두 감자술은 서로 달랐다. 하나는 항해의 술, 하나는 밥상의 술. 그러나 결국은 같은 뿌리에서 시작되었다.

감자가 곡식 대신 삶을 채워주던 순간들, 그 소박한 근원이 바다를 건너거나 산골에 머물며 서로 다른 얼굴로 익어갔을 뿐이었다.


나는 감자술에, 그리고 감자전에 취해갔다.

한쪽은 바다의 파도에 흔들리며 낭만을 품고, 다른 한쪽은 부엌의 불빛에 젖어 따뜻함을 담았다.

결국 술이란, 우리가 어디서 마시든 삶의 풍경을 그대로 잔에 부어내는 것임을 알았다.


작가의 말


바다를 건너며 숙성된 아쿠아비트와 강원도의 밥상에 오른 감자술은 서로 달라도, 뿌리와 여운은 하나였습니다. 낭만과 소박함, 두 길이 결국 한 잔의 따스함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전통 감자 증류주


“아쿠아비트(Akvavit, Aquavit)”

어원은 라틴어 “aqua vitae”, 즉 생명의 물이라는 뜻이에요.


노르웨이를 비롯해 덴마크,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지역 전역에서 사랑받는 술


특히 유명한 건 **“린이에 아쿠아비트(Linije Aquavit)”**인데, 이 술은 나무통에 담아 실제로 배에 싣고 세계를 항해시키며 숙성시킵니다.

→ 적도(Linje)를 두 번 건너야만 완성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에요.


인공복제 불가. 지금도 배에서 숙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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