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알바 시장의 흙냄새와 송로버섯의 강렬한 향

송로버섯의 강렬한 냄새

by 마루

새벽 알바 시장의 흙냄새와 송로버섯의 강렬한 향은, 햇살이 서서히 스며드는 토리노의 카페로 이어졌다.

돌바닥 위를 스치는 구두 굽 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단단했지만, 문을 열자마자 퍼져 나온 커피 향은 부드럽고 따스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증기가 터져 나오며 내뿜는 고소하고 쌉싸름한 향이 공기를 눅진하게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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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 깊이 묻혀 있던 송로버섯의 강렬한 냄새가 아직 코끝에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갓 갈아낸 원두의 향과 함께 새로운 기억으로 덮여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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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자리에 앉으니 손끝으로 느껴지는 대리석 테이블의 매끄러움이 인상적이었다.

차가운 촉감 위에 놓인 에스프레소 잔은 반대로 손바닥에 뜨겁게 스며들었다.

브리오슈 한 조각을 베어 물자 겉은 얇게 갈라지며 바삭했고, 속살은 푹신하게 입 안을 감쌌다.

혀끝에 남는 버터의 진득한 향은 알바에서 맛본 타야린 위의 버터와 송로버섯을 은근히 떠올리게 했다.

에스프레소는 작은 잔에 담겨 있었지만, 한 모금이 입 안 전체를 흔들었다.

묵직한 쌉싸름함 뒤로 은근한 단맛이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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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자, 증기와 원두가 섞여 내뿜는 기운이 폐 깊숙이 내려앉는 듯했다.

어제 새벽의 흰 송로버섯이 감각을 흔드는 ‘사건’이었다면, 지금의 커피는 일상을 정리하는 ‘쉼표’였다.

토리노의 카페들은 그 자체로 역사였다.

1763년에 문을 연 ‘알 비체린’은 초콜릿·커피·크림을 3단으로 쌓은 음료를 처음 선보였고, 독일 철학자 니체와 프랑스 소설가 뒤마, 작곡가 푸치니가 머물며 잔을 기울였던 자리이기도 했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작은 카페의 의자조차도, 오래전부터 수많은 아침의 대화를 지켜봤을 것 같았다.

나폴레옹이 토리노를 정복했을 때 즐겨 먹던 ‘그리시니’가 옆 테이블에 놓여 있었고, 금빛 샹들리에가 매달린 다른 카페들은 한때 귀족들의 살롱이자 정치와 예술의 무대였다.

주변의 사람들은 각자의 리듬으로 하루를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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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신문을 넘기며 커피를 홀짝였고, 누군가는 친구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들의 움직임은 송로버섯을 캐던 사냥꾼의 날 선 집중과는 달랐지만, 그 평범한 모습 속에 오히려 더 깊은 진정성이 있었다.

향과 맛, 그리고 함께 나누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진짜.

잔의 크레마가 사라질 즈음, 나는 커피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운 돌바닥이 다시 발끝을 스쳤지만, 가슴 속에는 따뜻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알바의 흙냄새에서 시작된 진짜는 이제 토리노의 작은 카페 안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언젠가 또 다른 도시, 또 다른 순간에서도 이 촉감과 향기를 단서 삼아 나는 진짜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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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 글은 알바의 송로버섯 향에서 토리노 카페의 커피 향으로 이어지는 순간들을 오감으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독자님께서도 언젠가 토리노의 카페에 앉아, 한 잔의 커피 속에 스며든 역사와 감각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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