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만 누르고 도망쳤던 나에게

처음 브런치에 들어왔을 때,

by 마루


《좋아요만 누르고 도망쳤던 나에게》

– 부린이의 고백, 그리고 침묵하는 브런치의 대하여


처음 브런치에 들어왔을 때,

나는 "작가"라는 단어가 조금 부끄러웠다.

작가라고 하기엔 내 글이 너무 가벼운 것 같았고,

그냥 어딘가에 조용히 앉아서

말 한 마디 놓고 가고 싶은 사람에 가까웠다.


나는 그렇게 **‘부린이 초딩’**이었다.

계정은 있었고, 작가 승인은 받았지만

글을 올리면 며칠째 조회수는 13.

댓글은 없고, 응원은 어쩌다 1.

그 숫자들이 마치 말 없는 평가처럼 느껴졌고

나는 더 조용해졌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가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줬다.

그 순간 나는 그 사람의 프로필을 눌러봤다.

“혹시 유명한 작가일까?”

“팔로워가 많은 사람일까?”


그 사람의 이름 옆에 숫자가 크면 클수록

내 감정은 작아졌다.


나는 아직 그들에게 응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나도 그들만큼 되어야, 댓글 하나를 남길 수 있는 걸까?


그때부터 나는

좋아하는 글을 봐도 댓글을 달지 않았다.

내가 부족해서라기보단,

“내 댓글이 누가 될까 봐”

“내 언어가 이 감정을 해칠까 봐”

그게 무서웠다.


이곳은 자유로운 글쓰기 플랫폼이지만,

어쩌면 우리는 무의식의 계급사회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좋아요 많은 글 = 권위

팔로워 많은 작가 = 평가자

댓글 없는 나 = 조용한 감상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구조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자리를 가늠하고,

말 대신 침묵을 선택한다.


그래서 이곳은 조용하다.

글은 많지만,

말은 없다.

공감은 넘치지만, 표현은 위축된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내가 좋아요만 누르고 떠났던 그 순간들,

그건 무관심이 아니라 배려였고,

자격감이 아니라 존중이었다.


누구나 글 앞에선 작아지고,

누구나 침묵 안에서 울고 있었다.


나는 오늘,

그 조용한 세계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도 괜찮아요.

말하지 않아도,

당신의 좋아요는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나도,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본다.


“이 글, 따뜻했어요.

감히 말 걸어봅니다.”


감자공주의 진심으로.

브런치의 조용한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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