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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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F by Nothing, 딸이 건넨 작은 시계가 열어준 새로운 시선
생일 아침, 딸이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반짝이는 포장지 사이로 느껴지는 묵직한 감촉,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순간의 설렘과 낯섦이 함께 스며들었다.
포장을 풀었을 때, 익숙한 이름은 아니었다. CMF by Nothing. 그 순간 나의 첫 반응은 호기심보다 망설임이었다.
“외국 브랜드라면 불편하지 않을까? 한글은 지원할까?”
갤럭시 워치처럼 익숙한 이름이 아니라는 이유로, 머릿속엔 질문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선물이라는 마음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조심스레 시계를 손목에 걸었을 때, 차갑게 닿는 메탈 브레이슬릿의 감촉이 전해졌다.
의외로 세련되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처음 화면을 켜자 밝고 선명한 글자가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복잡할 거라 생각했던 설정은 몇 번의 손가락 움직임으로 끝났다. 알림이 울리고, 걸음 수가 기록되고, 배터리 잔량이 깔끔하게 표시되는 단순한 인터페이스. 내가 정말 자주 쓰는 기능만 담겨 있었다.
갤럭시 워치에서 수많은 메뉴를 넘기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이 시계는 마치 불필요한 잡음을 걷어낸 악보처럼 단정했다.
알고 보니 이 브랜드는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Nothing의 서브 브랜드로, 이름 그대로 Color, Material, Finish — 디자인과 본질적인 경험에 집중하는 철학을 담고 있었다.
화려한 스펙 경쟁 대신 “덜어내기”를 선택한 기술. 그 단순함은 오히려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가격은 약 10만 원 내외. 삼성이나 애플의 무거운 가격대와 비교하면 훨씬 합리적이었다.
그제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딸은 이 브랜드를 선택했을까.
MG세대인 그녀는 아마도 기능의 과잉보다 필요한 것만 남긴 미니멀리즘, 그리고 브랜드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감각에 더 큰 가치를 두었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 담긴, 부담 없는 선물을 고른 마음. 거기엔 세대가 바라보는 세상과 소비의 기준이 담겨 있었다.
작은 시계 하나가 내 시선을 바꾸었다. 국산 브랜드만 고집하던 내 습관, 익숙함 속에 갇혀 있던 내 생각. 이제는 다른 브랜드와 철학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손목 위에서 조용히 빛나는 이 시계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 사이의 다리를 놓아준 증거였다.
작가의 말
작은 선물이 때로는 큰 울림을 건네줍니다. 이번 경험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시선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일상 속 선물이 열어주는 새로운 길이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