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말발굽 모양의 갑각
새벽의 바다는 안개처럼 옅은 소금기와 파도 부서지는 소리로 가득하다. 바람에 실린 비린 향이 코끝을 스치고, 그 사이 모래 위를 기어가는 낯선 형체가 눈에 들어온다.
단단한 말발굽 모양의 갑각, 느리지만 묵직한 발걸음. 그 자취가 바닷가에 얕은 선을 그린다. 투구게, 바다의 가장 오래된 그림자다.
4억 년을 거슬러 살아온 이 생명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겹눈과 홑눈으로 바닷속을 살피며, 긴 꼬리로 몸의 균형을 잡는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피는 푸른빛을 띠는데, 산소를 나르는 구리 성분 덕분이다.
그 푸른 피는 놀라운 능력을 품고 있어, 세균에 닿으면 순식간에 응고해버린다. 그래서 수술 도구나 백신의 안전을 확인하는 데 쓰여, 인류의 의학을 지탱해왔다.
코로나19의 혼란 속에서도 수많은 투구게가 잡혀 피를 내어주었다.
하지만 인간과 투구게의 만남은 언제나 숭고하지 않았다.
중국과 태국의 해변에서는 알을 얹은 샐러드나 불에 구운 혼합 요리가 별미로 전해진다.
노란 알이 향신료와 기름에 섞이며 내뿜는 진한 향, 바다의 소리를 씹어 먹는 듯한 식감. 그러나 그 화려한 접시 뒤에는 번식의 기회를 빼앗긴 암컷의 빈 껍질이 남는다.
일본에서는 한때 식용을 시도했으나 거친 맛 때문에 이내 사라졌다.
한국의 이야기는 다르다.
한반도의 연안에도 세가시투구게가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 위기다.
그래서 식용은커녕 포획조차 금지되어 있다.
바닷가에서 뒤집힌 투구게를 발견하면 손으로 몸통을 들어 바다로 돌려보내는 캠페인이 이어질 뿐이다. 투구게는 음식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존재, 잃어버린 바다의 시간을 품은 생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투구게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뾰족한 꼬리는 칼이 아니라 지팡이고, 집게는 먹이를 모으는 도구일 뿐이다.
그저 바다와 땅을 이어 주며, 묵묵히 바다의 호흡을 따라 살아갈 뿐이다.
바닷가에 남겨진 빈 껍질 하나, 사라진 발자국의 자취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피를 얻고, 때로는 알을 빼앗아 먹지만, 그 대가로 바다에 무엇을 돌려주고 있는가.
중국 남부 연안, 특히 광둥성·푸젠성 같은 해안 지역에서는 투구게를 잡아 요리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하지만 투구게 자체의 살은 질기고 맛이 없다는 평이 많아, 주로 암컷의 알을 요리하는 문화가 발달했어요.
중국 투구게 요리 방식
알 구이
뒤집은 투구게의 몸통 안쪽에 알이 가득 들어 있는데, 이를 통째로 숯불이나 팬에 구워내는 방식입니다.
불에 구우면 알이 노랗게 익으면서 고소한 향을 냅니다. 식감은 톡톡 터지는 알의 질감과 진한 바다 내음이 특징이에요.
알 샐러드(혼합 요리)
알을 긁어내어 허브·마늘·고수·고추·라임 같은 향신료와 섞어 샐러드처럼 무칩니다.
태국과 문화가 이어져 중국 남부에서도 즐겨 먹는 방식이에요. 강한 향신료가 비릿한 맛을 덮어주기 때문에 ‘술안주’ 같은 별미로 취급됩니다.
찜 요리
알을 꺼내 다른 해산물, 달걀, 두부 등과 함께 쪄내기도 합니다.
부드럽게 익은 알이 다른 재료와 섞여 독특한 바다 풍미를 내죠.
주의할 점
일부 투구게 종은 테트로도톡신 같은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어, 잘못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리할 때는 반드시 식용 가능한 종만 선별하고, 전문적으로 손질할 줄 아는 요리사가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