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아그레망, 낯선 단어가 건네는 세계의 풍경
아침 신문을 펼치던 순간, ‘아그레망’이라는 낯선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한글 활자 속에서 이질적으로 반짝이는 그 단어는, 처음 듣는 외국어처럼 나를 잠시 멈추게 했다. 종이 위에 스며든 잉크 냄새와 함께 호기심도 서서히 퍼졌다.
아그레망은 사실 오래된 외교 관습에서 온 말이다. 프랑스어로 agrément, 곧 “동의, 승인”을 뜻한다. 19세기 유럽 외교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절차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사를 파견하기 전에 반드시 상대국의 동의를 먼저 얻는 과정이다. 마치 문 앞에서 “이 사람을 손님으로 맞아도 되겠습니까?” 하고 정중히 묻는 인사 같은 것이다.
오늘날도 이 절차는 여전히 국제 외교의 기본으로 남아 있다. 한국이 새로운 대사를 임명하려 할 때, 미국이 그 인물에 대해 아그레망을 내주지 않으면 임명은 이루어질 수 없다. 최근에는 바로 이 승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단어 하나가 단순한 외교 용어를 넘어, 국가 관계의 미묘한 온도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재미있는 건 이 단어가 각국에서 불리는 방식이다. 일본은 그대로 “아구레망(アグレマン)”이라고 부르며, 중국은 “阿格雷曼”이라고 음차해 쓰거나 “동의(同意)”라는 표현으로 풀어낸다. 미국은 단순히 “agreement” 혹은 “consent”라 하고, 우리는 그대로 “아그레망”이라 옮겨 쓴다. 같은 절차를 가리키지만 언어의 빛깔에 따라 조금씩 다른 울림을 가진다.
낯선 단어 하나가 내 손목 위 시계처럼 새로운 시간을 열어주듯, 아그레망도 그렇게 다가왔다. 단순히 어려운 외교 용어가 아니라, 역사의 맥락과 현재의 긴장, 그리고 세계가 공유하는 관습을 담은 창이었다. 단어 하나를 통해, 우리는 조금 더 멀리 있는 세계와 연결되는 셈이었다.
작가의 말
낯선 단어는 때로는 작은 창이 되어 우리를 세계로 이끕니다. 오늘의 ‘아그레망’이 독자님께도 외교와 언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관계의 풍경을 새롭게 보여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