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시선
노상공원 언덕을 오르자, 바람이 나를 멈춰 세웠다. 아무 표지판도, 설명도 없었다. 다만, 하늘을 가른 장군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청동빛 갑옷이 햇빛을 받아 검게 빛났다. 그 위로는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바람은 장군의 옷깃을 스친 듯 내 얼굴을 베어 갔다. 그 바람 속에는 오래전 화약 냄새가, 무겁게 깔린 바다의 습기가, 그리고 피가 식어가는 쇠 냄새가 함께 섞여 있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돌처럼 굳은 입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매는 여전히 바다를 향해 있었다. 그 눈빛은 차갑고도 뜨거웠다. 마치 지금도 전쟁의 순간을 놓지 못한 듯, 아직도 칼을 움켜쥐고 싸움을 이어가는 듯했다.
귓가에 환청처럼 들려왔다.
짧고 굵은 북소리, 쇄도하는 파도, 거친 함성, 그리고 다시 고요. 그 고요 속에서 장군은 묻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바다를 지켰다. 너는 지금,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내 발끝에 풀잎이 흔들렸다. 흙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장군은 단지 조각상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도 파도와 함께 호흡하고, 바람과 함께 눈을 뜨고 있었다.
삼천포 언덕 위에서, 그는 영원히 싸우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그러나 가장 큰 외침으로.